불안한 리더의 변명
김팀장은 가슴이 철렁했다.
쎄한 예감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순간이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저, 다른 회사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김팀장은 손끝이 차가워졌다.
“이대리님, 조금만 더 해보면 성장하실 수 있어요. 곧 파트장도 맡을 수 있을 텐데 너무 성급한 결정 아닐까요?”
그녀는 손을 내밀었지만, 이미 떠난 마음은 닿지 않았다.
“솔직히 더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 능력이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김팀장은 멍해졌다.
누구보다 공들여 키운 직원이었다.
승진을 위해 윗선에 직접 설득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다니
씁쓸함보다 먼저 찾아온 건 배신감이었다.
그녀는 나름대로 이대리를 많이 도와줬다고 생각했다.
업무가 느리면 옆에서 직접 확인해 주고, 보고서가 미숙하면 함께 수정했다.
회의마다 To-do 리스트를 함께 검토했고, 사소한 실수도 빠짐없이 피드백했다.
그게 ‘리더의 배려’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대리는 말을 아꼈다.
회의에서도 제안을 하지 않았다.
김팀장은 ‘이해력이 좋아졌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그 침묵은 이미 ‘퇴사 준비’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제 진짜 리더가 되어야지.’
열정과 책임감으로 가득했다.
남들보다 먼저 출근했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했다.
성과가 나야 했다.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야 했다.
그런데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지시를 내려도 결과가 다르고, 보고를 받아도 방향이 어긋났다.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더 세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확인했다. 또 확인했다.
왜냐면, 불안했기 때문이다.
성과가 안 나면 어쩌지?
내가 책임져야 하면 어떡하지?
이 불안이 통제의 이름으로 바뀌어 나타났다.
불안은 통제를 낳고, 통제는 관계를 무너뜨린다.
매번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받으며 일하는 건 성취감보다 무력감을 남긴다.
이대리는 어느 순간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팀’이 되어버린 걸 느꼈다.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반찬을 고르면 밥을 잘 먹듯, 사람도 자기 선택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
김팀장은 이대리의 선택지를 모두 빼앗았다.
이대리는 점점 프로젝트에서 ‘주인’이 아니라 ‘관찰자’가 되었다.
결과는 늘 김팀장의 작품이었다.
처음엔 주도적으로 의견을 냈지만, 돌아오는 건 수정 지시뿐이었다.
“어차피 다 정해져 있잖아요.”
그 말속엔 체념이 섞여 있었다.
김팀장의 눈빛엔 늘 불안이 묻어 있었다.
그 불안은 ‘너를 믿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로 번졌다.
사람은 자신을 믿지 않는 리더 밑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결국 이대리는 떠났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그제야 김팀장은 깨달았다.
마이크로 매니징은 관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불신의 다른 얼굴이었다.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
“Leadership is an achievement of trust.”
마이크로 매니징은 멀리서 보면 관심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불신과 불안이다.
그리고 신뢰가 없는 조직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
사람을 잃는 리더가 되지 않으려면, 먼저 믿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