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쓰는 리더
김팀장은 사표 양식을 작성하고 있었다.
서식에 맞춰 하나씩 입력하는 동안, 마음은 무덤덤했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결국 ‘사람’이라고 했던가.
업무로는 항상 탑이었던 김팀장. 그녀는 왜 사표를 쓰고 있는 걸까?
1년 전, 김팀장은 염원하던 팀장이 되었다.
요즘엔 위로 올라갈수록 불안하다는 시대지만, 김팀장은 달랐다.
“어차피 일하는 거면 끝까지 올라가야지.”
그게 그녀의 목표였다.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 강했고, 일은 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었다. 그런 기질 덕분에 업무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팀장이었다. 그리고 본부 최고 성과를 내는 팀을 만들겠다는 야심도 있었다.
하지만 첫 1년은 만만치 않았다.
처음 맡아보는 리더 역할은 듣고 배운 것과는 달랐다. 잠도 줄여가며 일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도전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버텼다. 아직은 괜찮았다.
김팀장은 본부 임원인 최이사에게 직속 보고를 했다. 멀리서 본 그는 늘 논리적이고 말도 조리 있었다.
다른 팀장들은 그를 힘들어했지만, 김팀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힘들어하지? 늘 맞는 말만 하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거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6개월쯤 지나자, 기대는 무너졌다. 상사의 말투는 거칠었고, 기분에 따라 감정이 휘둘렸다.
갑작스러운 지시 변경, 숨 쉬듯 하는 무시.
그녀는 지고 있는 복싱 선수가 된 것처럼, 매일 두들겨 맞았다.
더 문제는 애매한 지시였다. 상사의 머릿속을 읽어야만 이해 가능한 업무 전달, 명확하지 않은 목적과 표현들.
상황은 점점 고통스러워졌고, 김팀장은 ‘반면교사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상사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을 기록해야 한다."
그녀는 상사의 말투, 공격적인 감정표현, 업무 태도를 꼼꼼히 적었다.
기록만이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상사와 이별하는 유일한 방법은 상사를 승진시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전략도 쓸 수 없었다. 실적 압박, 무너진 자존감, 지친 일상…
김팀장은 번아웃 상태였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자신도 감정적인 순간에는, 상사와 닮아가고 있었다.
그게 결정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그녀는 사표를 쓰고 있는 것이다.
리더는 언제나 강하지 않다.
리더라고 해서 늘 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규모가 큰 조직일수록 ‘사다리’는 계속된다.
팀장은 임원에게, 임원은 사장에게, 사장은 고객에게 줄줄이 보고해야 한다.
무능력한 상사는 무기력하게, 완벽주의 상사는 마이크로 매니저로 팀을 망친다.
천사 같은 상사는 없다. 상사에게도 종류가 있을 뿐이다. 우리는 유니콘을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리더는 상사를 이기려 하기보다, ‘나를 지키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리더라고 해서 all time 리더가 아니다. 리더이자 팔로워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회복탄력성은 힘든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
환경을 바꾸기 어려울 때는, 환경에 대한 나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교사 노트를 100배 활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