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많은 김팀장의 팀이 매일 분주한 이유
아침부터 회사 탕비실은 북적댔다. 삼삼오오 커피를 준비하며 김팀장의 기분을 파악하는 데 여념이 없다.
“아, 오늘 샘플 비용 사전 받아야 하는데...” 박 과장이 한숨을 쉰다.
“과장님, 오늘 말고 다음에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침에 예산 삭감 얘기 듣고 정말 예민하시더라고요. 사무용품 결재만 받으러 갔다가 30분 동안 정신교육받았어요.”
이대리는 박 과장에게 오전 회의의 험악했던 분위기를 상세히 전했다.
이틀 후, 오후 5시.
박 과장은 하루 종일 불안한 듯 책상에 앉아도 엉덩이를 들썩였다.
김팀장이 자리에 있는지 목을 빼 확인하고, 급하게 전화를 돌리며 초조해 보였다.
‘오늘까지 결제 못 받으면 샘플 일정 지연되는데 어떡하지... 괜히 눈치 보다가 타이밍 놓쳤잖아.’
그는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신호가 가고,
“네, C팀 김팀장입니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팀장님, 박 과장입니다. 오늘 몇 시쯤 복귀하시나요?”
“외근이라 미팅 끝나면 바로 귀가할 거예요. 언제 끝날진 몰라요.”
박 과장은 안절부절못하며 덧붙였다.
“팀장님, 오늘까지 사전 승인을 받아야 마쳐야 발주를 넣을 수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샘플 일정 때문에 꼭 오늘까지는 발주서를 거래처에 전달해야 해서요”
“박 과장님, 그건 지난주에 디자인 확정되었을 때 처리할 수 있었던 건데요. 왜 오늘까지 밀리게 됐나요?”
박 과장은 대답을 잃었다.
박 과장은 예민한 김팀장의 기분을 늘 살폈다. 김팀장이 기분 좋은 날이면 보고 시간도 짧고 결정도 빨리 되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귀에 피가 날 정도로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미 이해한 이야기인데도 계속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박 과장은 이 시간이 끔찍이 싫었는데 그것은 잔소리뿐만 아니라 본인의 업무처리에도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아서 자존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면 일할맛이 안 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괜스레 주변 동료나 후배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래서 박 과장에게 김팀장의 ‘기분’은 그날의 날씨보다 더 중요한 변수였다.
중요 일정이나 마감 기한보다 김팀장의 감정 곡선을 먼저 읽고 움직여야 했다.
업무 몰입은 점점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김팀장의 기분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쓰게 됐다.
자연스럽게 회의와 야근은 늘어났다.
결국 발주가 지연되고, 프로젝트 일정은 지연되었고, 이를 따라잡느라 타 부서의 야근과 불만이 뒤따랐다.
김팀장의 기분을 살피느라 발주 시점을 놓쳤고, 중요한 보고는 지연되었으며, 협업은 틀어졌다.
결국 팀은 리더의 감정이라는 변수를 따라 움직였고, 이는 회사 전반의 손실로 이어졌다.
이는 단지 한 팀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조직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비효율’이다.
현대 경영에서는 리더의 감정 컨트롤 능력을 중요한 역량으로 본다.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투자도 경영도 조직운영도 어렵다고 한다.
특히 리더의 감정은 구성원에게 직접적으로 전염되며, 조직 분위기와 생산성에 큰 영향을 준다.
왜 그럴까?
사람 뇌에는 ‘거울 뉴런’이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표정을 보면, 내 뇌도 그 감정을 똑같이 따라 한다.
리더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면, 구성원도 본능적으로 긴장하고 위축된다.
이때 사람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불안·우울·주의력 저하 같은 심리적 반응을 겪는다.
창의성은 낮아지고, 문제를 감추거나 회피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또한 부정적 감정상태에서 부정적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신뢰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구성원은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실수나 실패를 하게 될 때 드러내고 공유하기보다 감추려고 한다. 박 과장 역시 김팀장의 기분을 살피느라 중요 일정 보고를 늦추는 등 회피적인 행동을 했던 것이 이 이유 때문인 것이다.
결국 실수나 실패는 공유되지 않고 숨기게 된다.
박 과장이 기분 나쁜 팀장을 피하느라 발주를 미룬 것처럼,
리더의 감정은 '일을 그르치게 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프린터가 아니다.
숫자를 넣으면 결과가 나오는 기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관계와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리더가 감정을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어야 조직이 유연하게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