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의 함정

나는 회사를 위해 일했을 뿐이라고!

by UNLEAD

“김팀장님, 큰일 났어요!”


김팀장은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막 집중해서 보고서를 들여다보려는 찰나, 적막을 깨고 재무팀 박 차장이 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무슨 일인데요?”

“급한 건 아닌데… 너무 중요한 사안이라 전화드렸어요. 잠시 찾아봬도 될까요?”

“네, 지금 오세요.”


잠시 후 박 차장이 도착하자 믿기 힘든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에 수주한 프로젝트, 수익성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도… 구매팀에서 단가를 임의 조작한 정황이 있어요.”

“네? 단가를 조작했다고요?”

“네. 팀장님 팀원인 시윤 님이 A 업체 단가를 임의로 낮춰 입력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본인도 인정했어요.”

“아…”

짧은 탄식과 함께 김팀장은 머리가 아득해졌다.



한 달 전


구매팀 공기는 긴장으로 가득했다. 새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일정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경주가 시작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회사의 떨어지는 매출을 반등시킬 유일한 기회였다. 사장 포함 경영진이 매주 회의를 열 정도로 기업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시장 진입 초반에는 투자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첫 수주만 성공하면 후속 시리즈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회사는 가장 노련한 인력들로 프로젝트 팀을 구성했다.

한 여름이라 해는 길었지만, 프로젝트 팀에게는 길게 드리워진 해의 끝자락도 잡기 힘들었던 시기 프로젝트 팀 중심에는 ‘차기 팀장’이라 불리던 박시윤이 있었다.

박시윤은 누구보다 더 더 더 달렸다.


이번 프로젝트만 제대로 해내면 회사 업적에 크게 기여하게 되고 경영진 눈도장은 물론 연말 고과 보장 그리고 파트리더 승진,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오랜 시간 리더십 기회를 갈망해 온 박시윤은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증명하고 싶었다.


그렇게 업무에 몰두하고 있는데, 견적 업데이트 메일이 도착했다.

어디 볼까… 뭐야? 단가가 아직도 이 가격이라고? 내가 그렇게 설명했는데… 우리가 시장만 진입하면 매출이 쭉 오를 텐데 왜 가격을 안 낮춰주는 거지?”

사무실에는 그 혼자뿐이었다. 팀장도 집안 사정으로 먼저 퇴근했다.


‘견적 기한은 촉박하고, 거래처랑 더 협상할 시간도 없어.

그래… 일단 단가를 내가 원하는 가격으로 넣고, 뒤에 네고하면 되겠지. 서로 좋은 일인데 이해 못 하는 거겠지.’


타닥, 타다닥—

단가 입력을 마치고 제출한 후, 박시윤은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들고 혼술을 했다.

‘이게 직장인의 삶이지! 내가 프로젝트 수주하면 회사도 좋고, 나도 좋고, 거래처도 좋고! 나중에 팀장님한테 내가 어떻게 했는지 말해줘야지. 완전 영웅담이잖아.’

그날 밤, 달콤한 성취감 속에 잠들었다.



음주는 숙면이 아니라 불면을 부른다고 했던가


며칠 뒤부터 시윤은 계속 잠을 설쳤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다. 프로젝트 수주 시 제출한 가격, 그 가격 때문이었다.

박시윤은 거래처 사장까지 만나 설득했지만, 원하는 가격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 상태로 더는 진행이 되지 않고 있었다. 뒤로도 앞으로도 갈 수 없는 상태였다.


그때 재무팀 박 차장이 연락해 왔다.

“박시윤 씨, 이번 견적 다시 분석 중인데… A사 단가가 이상해요. 기존에 출시된 제품보다 훨씬 가격이 낮은데 어떻게 가능했는지 확인하려고요. 잘하시는 건 알지만, 패키지도 바뀌었고… 기존 가격 유지도 어려웠을 텐데 비결이 뭔가요?”


박시윤은 고민했다.

‘말할까? 아니면 더 기다릴까?’

하지만 고민의 생각은 길지 않았다.

‘회사를 위해 한 건데! 이렇게까지 해서 수주했으면 오히려 칭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사실을 말했다.




‘이게 그렇게 큰일이야?’

재무팀 미팅을 마치고 나온 박시윤은 억울함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 이게 그렇게 커질 일인가? 가격은 나중에 맞추면 되고, 안 되면 다른 데서 메꾸면 되지. 이거 아니었으면 수주도 못했을 텐데! 내가 회사를 위해 일했다고!’


그는 끝까지 주장했다.

자신의 선택은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성과주의의 그림자


회사는 KPI와 각종 지표로 성과를 측정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회사의 사명 (Mission)과 존재 이유보다 매출, 신시장, 수주 실적 같은 숫자가 우위에 놓여버렸다.

이렇게 실적과 목표가 기업의 본질 그리고 존재의 이유보다 우위에 놓이는 순간, 구성원은 과도한 경쟁, 의도적 실적 맞추기, 불필요한 과장 심지어 기록 조작 같은 비윤리적 행동까지 내몰린다.


더 큰 문제는,

구성원 스스로 이것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조직 전체의 윤리 수준은 빠르게 붕괴된다. 이는 조직원 개인의 윤리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조직 전체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

결국 고객의 신뢰 상실, 기업 평판 추락, 장기적 생존 위협으로 이어진다.


잠깐의 지표 달성이 회사의 미래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의 사명(Mission)과 구성원의 가치관을 연결해 일의 의미를 계속 발견하고 지속시켜주어야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현대사회의 기업이 이미 성과주의에 잠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라도 ‘의미의 힘’을 되살려야 성과와 Mission 사이에서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성과, 과정의 결과일 뿐 목적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