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잠자는 차를 깨우다.

부부는 고무줄

by 담빛

그 예능차는
점점 더 예능처럼 망가지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 썬루프도 없는데
천장 어딘가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왼쪽 어깨 위로.

공업사 아저씨는 문을 열어보더니 말했다.
“이거요… 문짝 고무 패킹 다 마모됐어요.
차라리 다른 차 알아보시는 게 나아요.
여기저기 손보다 보면 돈이 더 들어가요.”

그 순간 알았다.
이 차는 이제,
보내줘야 한다는 걸.

그렇게 나의 첫 차,
가성비 좋던,
우당탕탕 추억이 가득한 예능차는
조용히 저 세상으로 떠났다.

그리고 며칠 뒤,
남편이 내게 새 차를 사줬다.

예전에 내가 그에게 사줬던 바로 그 모델,
다른 색깔.

그 방식마저 놀랍도록 같았다.
절반은 현금, 나머지는 할부.
그때 내가 했던 방식 그대로였다.

나는 웃었다.
정확히 같은 비율,
같은 마음이었다.
그 순간, 말없이 마음이 울컥했다.

그 차 안에는
우리가 서로 주고받았던 시간과 마음,
그리고 닿지 않았던
사랑의 방식까지 담겨 있었다.

사랑은 거창한 표현보다
한 번 받은 마음을 잊지 않고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더 오래 남는다는 걸,
그날 알게 되었다.

그렇게 새 차를 산 지 이틀째 되는 날,
나는 친구를 데려다주고
조심히 차를 돌려 골목에 들어섰다.

그리고,
잠자는 차를 박았다.

가만히 서 있던,
말 그대로 꿈을 꾸고 있던
주차된 외제차를.
정확히,
그 차는 뒤를,
나는 옆면을.

그날 이후
내 차는 세상에 나온 지 이틀 만에
새 문짝을 달게 되었다.

보험료는 당연히 올랐다.
산만하니까.

이젠 운전 몇 년 차.
잠자는 차는 깨우지 않는다.
사람도, 자동차도.
아무도 괜히 건드리지 않는다.

그날의 사고 덕분에
내 마음도 조금 더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을 줄 알게 되었다.

나는 초보 운전자였지만,
친구들 사이에선
“남친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데려다주고,
밤늦게라도 문 앞까지 배웅했다.

친구들과 남편은 초보인 나를 믿고
그 예능차와 함께 해줬다.
운전대만 잡으면
마음도 덩달아 좋아다.



<<고무줄>>


글:담빛


부부는 고무줄 같아.
서로 너무 기대면
한 쪽이 세게 잡아당기다
툭, 놓아버릴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평행선처럼 나란히 걸어야 해.
그래야 단단히 묶인 고무줄이
끊어지지 않아.

아마 모든 인간관계도 그렇겠지.
한 사람이
자기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묵묵히 믿어주는 마음.

그 한 마음이,
한 사람의 존엄 전체를
조용히 키우는 일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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