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차가 나를 만나면 같이 산만해진다.

이 차는 추억을 가지고 달린다.

by 담빛

아이들이 생기고 나니 차가 필요했다.

그때 시댁에서 10년 넘게 타던 LPG 차량을 물려받았다.

연비도 좋고 튼튼해서 몇 년 간 주말마다 잘도 돌아다녔다. 우리는 그 차로 첫 가족 나들이도 하고, 마트 장보기도 하고, 아이 둘을 뒤에 태우고 어디든 다녔다.


시간이 흘러 남편이 승진을 했다. 비즈니스 미팅이 많아졌다.

열심히 일하는 남편을 위해 몰래 모은 돈을 보태, 조금 더 멋진 차를 남편에게 선물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이건 당신 차야.”


그리고 나는 초보이기도 해서 남편이 타던 차를 몰았다. 정이 들었고, 낡았지만 편했다.

그런데 그 차가 나를 만나더니 점점 예능처럼 변해갔다.


비 오는 날, 와이퍼가 멈추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데
차가 뒤로 밀려 주차단말기를 박은 날도 있었다.

그날, 나는 아이 둘을 데리고 할머니를 한의원에 모시고 다니던 날이었다.
뇌경색으로 손이 마비되신 할머니를 위해
약을 짓고 침도 맞게 해 드리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고 직후, 수리비가 300만 원쯤 나올 거라고 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비소에 맡길 수도 없었다.
그건 주차단말기라, 관리사무소에서 따로 수리기사를 불렀다.

잠시 후, 기사가 와서 단말기를 확인하고는
뜻밖의 말을 했다.

“여기 이 부품만 갈면 돼요.
보험처리 안 해도 되고, 20만 원이면 됩니다.”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이 무너지려다 말았다.
하늘이 잠시 내 편이 되어준 것 같았다.


그 뒤로 아이들은 내가 “얘들아, 차 타자~”라고 하면 자동으로 헬멧을 찾았다.


엄마 차엔 안전모 필수야!” “무릎 보호장비도 착용해야지.”


그렇게 우리는 내 차 안에서 매일이 모험처럼 살아냈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연수를 더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남동생이 도와줬다.


여름 한복판이었다.

에어컨을 틀었는데 이상하게 뜨거운 바람이 나왔다.

에어컨이 고장 난 것이다.

창문을 열면 태양이 밀려들고, 닫으면 찜통. 알고 보니 에어컨을 틀면 틀수록 더욱 더워지는 것이다


“누나, 이거… 완전 히터 아냐. 미쳤다… 못 타겠다…”

도로에서 연수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결국 연수는 그날 종료. 우리는 아이스크림 사 먹고 귀가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차는 그냥 차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웃고 떠들고 자란 ‘움직이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종종 생각한다.

차가 나를 만나면 산만해진다.


그런데 그 산만함 안에, 아이들과 나의 하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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