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전깃줄을 붙잡고 살아남은 나

기적

by 담빛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 내 앞엔 여러 개의 전깃줄이 있었다.

한 줄이 아니었다.

삶과 죽음 사이,

하늘은 내게 수많은 실처럼 가느다란 선택의 줄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나는

그중에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동시에 붙잡았다.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아니, 살아야만 했기 때문에.

나는 그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엄마는 생생히 기억한다.

그 순간,

그 아주 짧은 순간에

나는 옥상에서 아래로 떨어졌고,

그 아래엔 전깃줄이 얽히고설켜 있었다고 했다.

엄마는 말한다.

"네가 그걸 붙잡고 있었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작은 손으로, 단단하게.

진짜 기적이었어."

그 이야기는 내 안에 기억은 없지만, 기억보다 깊은 흔적으로 남아 있다.

살다 보면 붙잡아야 할 것이 많다.

사랑, 책임, 감정, 꿈…

모두가 줄처럼 흔들리고,

놓치면 사라질 것 같고,

버티면 손이 아픈 것들.

사람들은 말한다.

"하나만 붙잡아."

"다 가지려다 다 놓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많은 전깃줄을 잡고 살았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다.

나는 여전히 산만하고 복잡하고, 감정이 많다.

글도 쓰고, 아이도 키우고, 때로는 많이 힘들다.

하지만

그때 그 줄들을 붙잡았던 나를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말할 수 있다.

"난 그때, 많은 전깃줄을 잡고 살았거든.

지금도 그래."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기억을 아이들과 함께 놀이로 이어간다.

애들이 장난감을 던지며 말한다.

"엄마, 스파이더걸 출동!"

나는 두 팔을 벌려 뛰어올라

상상 속의 전깃줄을 붙잡는 시늉을 한다.

"으악! 떨어질 뻔했어!

그런데 엄마는 어떻게 됐게?"

"줄 잡았지!!"

"엄청 많은 줄을 잡았지!!!"

우리는 배꼽 빠지게 웃는다.

나는 웃으면서도 속으로 생각한다.

이건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이건 내 인생의 진짜 이야기다.

그때의 기적이, 지금의 일상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줄을 붙잡고 있다.

엄마라는 줄,

글이라는 줄,

살아 있다는 감각이라는 줄.

그리고 때론,

상상의 줄마저도.

나는 떨어질 뻔했다.

하지만 많은 전깃줄을 붙잡고 살아났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스파이더걸처럼 줄을 붙잡고 살아간다.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왜 그렇게 많은 걸 하냐고?

글도 쓰고, 아이도 키우고,

감정도 많고, 생각도 많냐고?

그건 말이지...

그때 많은 전깃줄을 잡고 살았거든.

지금도 난 그걸 놓지 않고 살아.

즐겁게, 진심으로."



<<기적>>

글:담빛


기적이라는 건 말이야,

사람들이 종종

세상을 바꾸고,
운명을 거스르고,
간을 되돌리는 일을 떠올리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기적이라는 건 말이야.

그냥 네가 살아 있는 것,

그 자체가 기적이야.


숨을 쉬고,

눈을 뜨고,

다리가 움직이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오늘


그 모든 게

기적이라는 이름을 달고

조용히 너를 지키고 있어.


그러니,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없이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몰라.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그저 네가 있는 이 자리,

그 존재 자체가

세상에 꼭 필요한 한 조각이라는 걸

기억해 줘.


그리고 고개 들어,

오늘의 하늘을 한 번 봐봐.

어제와 똑같이 떠 있는 구름이

사실은 네 곁을 맴도는

기적의 모양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