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배움
우리 엄마의 시어머니는 남아선호가 유독 심한 분이셨다.
첫째도 딸, 둘째도 딸.
어머니는 그 이유 하나로 오랜 시집살이를 견뎌야 했다.
모두가 뱃속 아이는 아들일 거라고 믿었다.
그게 아니면 안 된다는 분위기.
하지만 나는,
딸로 태어났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참 많이 힘드셨던 것 같다.
어느 날,
갓난아이였던 나를 업고
어머니는 언니와 바닷가를 거닐고 계셨다.
너무 힘들어서,
너무 지쳐서 한숨만 깊게 쉬며 바다를 걸어갔다고 했다.
그때 한 스님이 다가와 말씀하셨다.
“이 아이는…
자식 중에 가장 많이 효도할 아이입니다.
큰 사람이 될 거예요.
절대 나쁜 생각 하지 마세요.”
그 말은 어머니 마음속 깊이 박혀,
삶의 순간마다 떠올리며 되새기게 만든 말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나는 산만한 아이로 자랐다.
소리도 크고, 자주 넘어지고, 키도 작고,
특출 나지도 않았지만, 마음 하나는 진심이었다.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실 땐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꼭 찾아가 뵈려 했고, 일하면서도 엄마와 더 가까운 곳으로
요양시설을 옮겨드렸다.
어머니는 아직도 그걸 고마워하신다.
“네가 없었으면…
내가 그 시간들을 어떻게 버텼을까.”
나는 말하지 않았다.
내가 잘나서 한 게 아니니까.
다만 마음이 거기 있었고, 사랑이 나를 움직였을 뿐이다.
할머니의 임종도 장례도 함께 지켜드렸다.
어머니의 눈에 그 순간 내가 더 이상 ‘딸’이 아닌
어른으로 보였던 날.
나는 큰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여전히 서툴고, 삐걱거리고,
그때 스님의 말처럼 훌륭한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만은 지키고 싶었다.
“가장 많이 효도할 아이”
그 말 한마디가 엄마를 살렸고,
나를 여태 살아가게 했다.
나는 지금도 엄마의 삶을 기억하고, 할머니의 마지막을 마음에 품고,
그 날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나는 외형적으로도 크지 않고 작다.
하지만 사랑만은 누구보다도 크다.
그걸 이야기로 남기고 싶다.
<<사랑은 배움>>
글. 담빛
사랑은 단지 감정이 아니다.
과거에서 배운 마음을
지금 이 순간에 다시 적용하는 내면의 힘이다.
그 사랑이 연인이든,
부모든, 친구든 간에
우리는 모두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며 자란다.
만약 그 사랑이 아팠다면
그저 누군가의 잘못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아픔이 내게 깊은 성찰을 안겨주었다면
그 사람은 내게 고마운 스승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모라고 해서 늘 사랑을 온전히 주는 건 아니다.
만약 내가 받지 못했다면,
그분들 또한 사랑을 배우지 못한 삶을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과거까지 함께 이해해야 한다.
심지어 나를 다치게 한 사람의 과거조차도.
이해하고,
품고,
넘어서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진짜 사랑에 다가간다.
사랑은,
끊임없는 배움의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