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그 자리에 내가 있었던 이유

죽음과 기록

by 담빛

할머니가 병상에 누우셨을 때,
나는 마지막을 지켜드리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군가는 너무 바빴고,
누군가는... 차마 끝을 볼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손을 꼭 잡고,
말없이 눈을 맞추며
마지막 숨결이 멎는 순간까지
함께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오래 울었다.
그 고요한 이별 속,
그 손의 온기는 내 손바닥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이 이별을,
이 사랑을,
이 손을...
잊지 않겠노라고.

나는 멍하니,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손끝에서 빠져나간 온기,
숨결이 머문 공기,
그 모든 것이 조용히 내 안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기억되지 않는 사랑은
너무도 쉽게 사라진다는 것을.

그 시간이 나에게 알려준 건,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죽는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까 봐'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
매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가 본 것들,
느낀 것들,
지켜본 것들,
그리고 내 마음의 모양까지
하나하나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 기록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자기 위안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살았다는 증거.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나만의 발자국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내 죽음이 다가오는 날이 있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매일,
사랑을 썼고
사람을 안았고
그걸 남겼다.”



글. 담빛

죽음이 두려운 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니야.

진짜 두려운 건,
마치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 없이 사라질까 봐.

그 두려움을 이기는 길은 단 하나.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는 것.

당신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냈는지,
무엇을 보고,
누구에게 손을 내밀었는지,
그 하루의 움직임과 떨림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기록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선한 일을 선택하려고 노력해야 해.

기록되는 삶이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아서는 안 되니까.

당신의 죽음이 언젠가 찾아오더라도,
그날이 두렵지 않도록.

오늘도
단 한 줄이라도 좋으니,
당신의 마음과 발자국을
정직하게 남겨보자.

그것이,
당신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아름다운 증거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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