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나를 사랑하게 되는 일
마흔이 넘어서야 알았다.
가끔 옷을 뒤집어 입고 다녀도,
청바지 지퍼가 열려 있어도,
사람들은 거의 눈치채지 않는다는 것을.
혹여 눈치챈다 해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젊었을 땐 달랐다.
머리카락이 조금 흐트러져도,
화장이 번져도,
누군가 뒤에서 웃으면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옷의 주름, 목소리의 떨림,
그 사소한 것들이 다른 사람의 평가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깨달았다.
사람들은 나의 하루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그들은 자신의 하루를 건너는 데에도 이미 벅차다.
누군가 나를 스쳐가도,
그 시선은 곧 자기 앞길로 돌아간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자 또 하나의 다짐이 생겼다.
이제는 나라도 나를 궁금해해야겠다고.
나는 어떻게 보이는지,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는지,
오늘 내 마음은 어떤 빛깔인지.
조금 더 나를 다듬고, 건강을 챙기고,
마음의 온도를 살피며 살아야 한다.
남들이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나라도 나를 끝까지 신경 써야 한다.
오늘은 무엇이 나를 웃게 했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흥미로운지,
그 답을 찾기 위해 나를 끊임없이 바라봐야 한다.
나를 궁금해하는 일은,
내 삶을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일과 같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매일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돌고 돌아, 나를 사랑하게 되는 일》
연애할 땐
그를 나보다 더 사랑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나보다 아이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 아이가 자라고
세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나는
조용한 외로움과 마주했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만큼
남겨진 자리는
공허함으로 가득했다.
결국,
돌고 돌아
나를 사랑하는 법을 찾게 되었지만
그 무렵엔
거울 속 익숙한 얼굴조차
낯설고 서글펐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나를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아낌없이 주고도
텅 비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온 힘 다해 사랑하기 전에
온 마음 다해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