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방향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도 비행기 타보고 싶어.
친구들은 다 해외 갔다 왔는데,
나도 딱 한 번만…
진짜 딱 한 번만 다녀오면 돼.”
그 말이 어찌나 간절한지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 번쯤은.
발만 내디뎌보자.
그렇게 친구 딸과 함께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났다.
출발 전날,
딸은 들뜬 마음에 잠을 설쳤다.
아침부터 짐을 매만지고,
비행기 탄다며 웃고 또 웃었다.
그런데 여행 둘째 날,
갑자기 딸의 열이 38도까지 치솟았다.
준비해간 비상약은 이미 다 써버린 후였다.
하는 수 없이
낯선 거리의 약국을 찾아 나섰다.
점심시간이었고,
친구와 아이들은 먼저 식당에 들르기로 했다.
나는 약을 사서 곧장 합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날의 나는 약국 앞에서 멈춰버렸다.
낯선 간판.
익숙하지 않은 언어.
베트남어는 물론이고,
영어마저 통하지 않는 거리.
핸드폰 배터리는 5%.
지갑 속 현금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는 길을 잃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국 관광객들에게 길을 물었지만
모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 순간,
아침에 괜히 기사님 카카오톡을 저장해두고 싶었던
그 이상한 예감이 떠올랐다.
마지막 남은 배터리로
기사님에게 내 위치를 알렸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아이들 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힘들게 구한 해열제를,
안도한 마음에 급히 먹이다 보니
용량을 잘못 계산해버린 것이었다.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혹시 아이 몸에 무리가 가면 어쩌지…’
눈물이 핑 돌았다.
휴대폰을 붙잡고
인터넷을 수없이 검색했다.
다행히 그 약은 식물성 성분이라
심각한 문제는 없다는 걸 확인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딸아이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날 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참, 산만하고 덜렁대는 엄마 만나서 미안해.”
그 말은
딸에게 하는 말이자,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완벽하지 못한 여행,
완벽하지 못한 엄마였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아이 곁에서 길을 잃고,
다시 돌아오는 법을 배워간다.
엄마는 오늘도 길을 잃지만,
사랑은 결코 방향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