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속에 피어나는 사랑
시어머니의 김치는 유난히 맛있다.
김치찌개를 끓여도 국물이 깊고, 갓 담근 김치는 배춧잎마다 숨결이 살아 있다.
아삭한 소리와 함께 스며드는 감칠맛에, 아이들도 어느 날 말했다.
“엄마, 할머니 김치 진짜 맛있어. 엄마도 배워봐.”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음 한구석이 조금 뜨거워졌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께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결혼 후, 시댁에서 설거지를 하려고 하면
“내가 더 늙으면 해.”
하시던 분이었다.
나를 며느리로 맞으면서도 큰일을 맡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챙겨주시던 그 마음이 늘 고마웠다.
김치를 배우러 시댁에 간 날, 어머니는 손이 다쳐 있었다.
그런데 그 다친 손으로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저릿해졌다.
“어머니, 오늘은 저한테 말씀만 해주세요. 제가 할게요.”
그렇게 말했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다친 손으로 여전히 배추를 뒤집고, 소금을 골고루 뿌리셨다.
그 손길은 조금 느렸지만, 여전히 단단하고 부드러웠다.
결혼한 지 10년이 되었으니, 어머니도 세월이 묻어날 때가 되었지만,
그 손은 여전히 가족을 먹이는 힘이었다.
“어머니, 오늘은 제가 꼭 배울게요.”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어머니 곁에 섰다.
양념은 어머니가 다 만드셨고, 나는 그저 절인 배추에 양념을 골고루 버무리는 일만 했다.
그런데 김치를 다 담근 뒤, 어머니는 아버님과 남편, 아이들에게 말했다.
“오늘 김치는 우리 며느리가 담근 거야.”
그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실제로 한 건 많지 않았지만, 그 말 속에는 단순한 ‘칭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아마도, 김치 한 포기 속에 담긴 세월과 마음,
그리고 인정과 칭찬 이었을 것이다.
그날 집에 돌아와 김치를 꺼내 식탁에 올렸다.
아버님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 아이들이 김치를 집어먹으며 웃는 모습,
그리고 남편이 “진짜 맛있다”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알았다.
이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시어머니의 손끝에서 전해진 사랑과 세월,
그리고 그날 나에게 건네진 ‘가족’이라는 이름이
김치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