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사랑은 깊은 아래서 위로도 흐른다.

사랑의 흐름.

by 담빛


나의 부모님은 “사랑해”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않으시는 분들이다.
그건 우리 집에서 조금은 어색하고, 낯간지러운 표현이었다.
대신 밥을 차려주시고, 내가 늦게 귀가하면 한마디 “어디 갔다 왔니”로
사랑을 표현하셨다.
나는 그걸 사랑인 줄 알았고, 그렇게 배웠다.

그렇지만, 마음 한쪽에는 늘 빈자리가 있었다.
애착 유형 검사를 해보니, 나는 ‘불안정 애착형’에 가까웠다.
어릴 때 받지 못한 말과 확신이,
내 안에서 작은 결핍이 되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이런 결핍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사랑이란 말은 숨기지 않겠다고.

그 후로 나는 매일, 아이들의 귀에 속삭였다.
“사랑해.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내일은 더 사랑할게.”

아침에 눈을 뜰 때,
학교 가기 전 현관에서,
잘 자라고 이불을 덮어줄 때마다.
그 말은 우리 집 하루의 시작과 끝을 잇는 끈이 되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나에게 그 말을 돌려주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매일, 아무렇지 않게.
“사랑해, 엄마. 오늘도.”
그 소리가 부드러운 빛처럼 내 마음을 덮었다.

그 습관은 조금씩 나를 바꿨다.
언젠가부터 나는 부모님께도 그 말을 하게 되었다.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처음엔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징그럽게 왜 그래.”
그 목소리엔 익숙하지 않은 말이 주는 쑥스러움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엄마는 어느 날 먼저 내게 말했다.
“나도 딸 사랑해.”

그 순간, 내 안의 오래된 얼음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엄마가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할머니는 말을 할 수 없었지만,
그 순간 눈을 크게 뜨셨다.
놀람과 기쁨이 동시에 어린 표정이었다.
마치 태어나 처음 듣는 말인 것처럼.

나는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사랑의 말은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었다.
아래에서 위로, 또 옆으로, 그리고 세대를 건너
천천히 스며드는 강물 같았다.

비록 시작은 나였지만,
그 파장은 나를 지나 엄마에게, 그리고 할머니에게 전해졌다.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처럼 느꼈던 그 고백이,
결국 나의 입을 통해 위로 흘러갔다.

사랑은 때로 말로 해야 한다.
말이 버릇이 되면, 버릇은 마음이 되고,
마음은 다시 세대를 넘어간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아이들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겠지.
“사랑해. 어제보다 오늘, 내일은 더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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