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사랑의 첫 순서

나를 사랑하는 일

by 담빛


밤이 오면 우리 집은 조금 느려진다.

아이들이 이부자리에 몸을 눕히고, 방 안에는 하루 동안 쌓인 온기와 숨결이 고여 있다.

나는 그 시간만큼은 핸드폰도, 시계도 내려놓는다.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하루의 끝을 함께 묶는 시간.


그날도 어김없이 우리는 낮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와 나눈 대화, 오늘의 작은 자랑과 사소한 속상함들.

그 사이사이에 웃음이 묻어났고, 때로는 잠깐의 침묵이 서로의 마음을 대신했다.


그러다 딸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는 내가 좋아? 아니면 엄마 자신이 더 좋아?”


순간, 나는 웃음이 났다.

너무도 쉬운 질문 같아서.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당연히 너지.”


하지만 딸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 표정은 마치, 내가 아주 중요한 답을 놓치고 있다는 듯했다.


“아니야, 엄마. 그 대답은 틀렸어.”

그 작은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스며 있었다.

“엄마 자신이 더 좋아야 해.

그래야 내가 매일,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잖아.”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작은 등이 내뿜는 노란빛이 더 깊게 스며드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의 말이, 부드럽지만 날카롭게 내 마음을 꿰뚫었다.


그동안 나는 사랑의 무게를 거꾸로 재고 있었던 걸까.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지만,

정작 그 아이가 배우고 싶었던 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그날 밤, 딸은 내게 사랑의 첫 번째 순서를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나를 먼저 사랑하는 일이었고,

그 사랑이야말로 아이에게 건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었다.


나는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으로 다짐했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나를 더 사랑하리라고.

그리고 그 모습을, 아이가 옆에서 지켜보게 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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