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예전에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구분 지었다면 요즘은
MBTI로 성격을 구분 짓는다.
남편은 MBTI에서 대문자 T,
나는 감수성이 아주 풍부한 대문자 F다.
그는 늘 이성적이고 간결한 걸 선호했다.
좋은 말도, 불평도 반복되는 걸 견디지 못한다.
신혼 초, 우리는 종종 사소한 말투 하나에도 부딪쳤다.
나는 대화를 통해 감정을 나누고 싶었고,
그는 “그래서 결론이 뭐야?”를 묻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아들이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며
기분 좋은 성취를 자랑했을 때였다.
“에고, 100번 말하겠네. 그만.”
남편이 툭 내뱉었다.
나는 그 말에 순간 화가 났다.
아이의 기쁨이 멈칫하는 게 보였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괜찮아. 엄마는 100번도 들을 수 있어.
정말 기분 좋았겠다.
얼마나 뿌듯했을까?
또 이야기해 줘.”
그날 밤, 나는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여보, 우리 이런 이야기, 잘 들어줘야 해.
나중에 우리가 나이 들어 외로울 때,
‘내 얘기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다’며
허전해할지도 몰라.
근데 지금 아이 말을 열심히 들어주면
그게 습관이 돼서
우리 곁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될 거야.
들어줄 수 있을 때 들어줘.”
T와 F,
이렇게 단순히 나누는 건 때로 편견이 되기도 한다.
T는 외로움을 이성으로 눌러 삼키지만,
결국엔 F의 따뜻한 한마디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F는,
T의 냉철함 속에서도 진심을 찾으려 애쓴다.
사랑은 서로 다른 언어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고,
우리는 지금,
그 언어를 조금씩 익혀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