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캐치볼 대신 연필을 든 날

진심으로 응원하는 법

by 담빛


처음 참가한 수학 경시대회는 주산 경시대회였다.
학원 원장님의 권유로 참가하게 되었고,
그날 남편과 나는 설렘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대회장으로 향했다.

그 장소는 예전에 우리가 여행 갔던 곳 근처였다.
넓은 들판을 지나며 떠오르는 기억 속에서,
남편과 아이는 시험까지 남은 두 시간을 캐치볼로 보내기로 약속했다.
우리에게 그날은, 소풍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대회장에 도착하자,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기실에 있던 대부분의 아이들이 예상 문제집을 펼쳐 놓고
조용히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과 나는 눈을 마주치고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우리… 너무 바보 같지 않아? 캐치볼 할 뻔했어.”

그때, 아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장난기 많던 얼굴에 진지함이 내려앉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문제지 좀 줘.”

놀고 싶은 마음을 접고,
아이는 조용히 앉아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엎드려 연필을 움직이는 작은 손이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 보였다.

시험이 끝나고, 아이는 참가상을 받았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을 담아 축하해 주었다.
메달보다 빛나는 것은, 그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태도’였다.

그날 밤,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나 다음엔… 참가상 말고, 금상 받고 싶어.”

나는 조용히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금상이 아니어도,
엄마는 이미 너한테 금상을 줬어.
두 시간 동안 캐치볼 대신
문제지를 펼친 너.
그건 너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엄마는 그 모습이 정말 대견했어.”


그로부터 1년 뒤,
아이는 다시 주산 경시대회에 도전했고,
금상을 받았다.

어느 날, 아이가 문득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내 라이벌은 항상 어제의 나야.
놀고 싶은 나를 이기는 방법을,
그때 배웠거든.”

그날, 우리는 캐치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을 이기는 법’을 배웠고,
나는 ‘아이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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