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선생님도 나를 만나면 산만해진다.
나는 평소에 렌즈를 가끔 끼는 편이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안경을 껴도 렌즈를 껴도… 눈앞이 흐릿했다.
초점이 맞지 않았고, 사물이 겹쳐 보였다.
처음엔 피곤한가 싶어 넘겼지만,
다음날까지도 증상이 계속되자
근처 안과를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혹시… 백내장이 아닐까요?"
나는 당황했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백내장이라니.
어안이 벙벙했다.
남편은 내 표정을 보더니
“큰 병원 가자”며 큰 병원을 알아봐줬다.
며칠 뒤, 큰 병원에서 하루 종일
바람을 눈에 쏘이고, 안약을 넣고, 주사를 맞고
30가지의 검사를 받았다.
그날 나를 본 교수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눈 자체보다는… 뇌에서 오는 신경 문제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아… 그동안 내가 산만했던 건 뇌 때문이었구나.
이유를 찾았다!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병이 있었던 거였어!
결국 신경과 진료 예약까지 이어졌고,
그날 집에 돌아온 나는
남편 앞에서 펑펑 울었다.
“여보… 나, 이러다 점점… 실명되는 거 아닐까?”
남편은 내 울먹이는 얼굴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눈 멀쩡했을 때도,넘어지고, 핸드폰 잃어버리고, 길도 잘 못 찾았잖아.
지금이랑 크게 다르진 않을 거야.
괜찮아.
지금처럼, 내가 계속 네 눈이 되어줄게.”
그 말에 나는 웃다가, 또 울었다.
사랑이란 게 꼭 완벽해서가 아니라
엉망진창인 순간에도 함께 웃어주는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흐릿했고,
나는 여전히 안 보였다.
그래서 안경점을 찾아갔다.
그곳 안경원 선생님은 진지하게 나를 보더니 말했다.
“근처에 제가 다니는 안과가 있는데요,
혹시 한 번 가보시겠어요?”
나는 그 조언에 기대를 걸었다.
그리고… 그 안과에서 진단받았다.
"이건 렌즈 부작용이에요.
약 바르고 2주 정도 관리하시면 괜찮아질 겁니다.”
그제야 나는 긴장을 풀었다.
거창한 병도, 뇌 문제도 아니었다.
그저 렌즈를 너무 오래 끼고 살았던 내 탓이었다.
그 순간 나는,
그 안경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지금도 그분을 떠올리면 마음속에 작은 불빛이 켜진다.
나를 구해준 건, 결국
거대한 병원이 아니라
동네 안경점의 한마디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