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건전지가 왜..

기적을 통과하는 일

by 담빛

아이를 지키는 일, 그 밤의 기록

그날 저녁도 평범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

아이들 저녁을 챙기고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뭔가를 삼킨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무심코 물었다.

“비타민 C 또 먹었어?”


하지만 곧,

비타민 포장지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 입을 살피고, 바닥을 뒤지고,

장난감 통을 들추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안고

집 앞 병원으로 달려갔다.


엑스레이 사진을 본 의사 선생님은

작은 숨을 삼키며 말했다.


“건전지처럼 보입니다.

아주 위험한 위치에 있어요.

바로 대학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119 부르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이 낯설게 흔들렸다.

아이는 내 품에서 평소처럼 웃고 있었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곧바로 도착한 응급차.

남편에게 전화를 걸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우리 아이가… 건전지를 삼켰대.”


그런데, 첫 번째 대학병원에서는

소아 환아 내시경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 119를 불러

두 번째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깜깜한 밤길,

사이렌이 울리는 차 안에서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쥐고

온몸으로 기도했다.


제발, 제발

제 아이를, 아무 일 없이

다시 집으로 데려가게 해 주세요.



그리고 마침내,

작고 둥근 건전지 하나가

조심스럽게, 아이의 몸 밖으로 나왔다.


그 조그만 금속 덩어리를 본 순간

나는 울었다.

놀람과 죄책감, 그리고 안도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말이

이렇게 절박하게 느껴진 날이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우리 집에 있던 작은 건전지가 들어간 장난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치웠다.


그날 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아주 오래도록 옆에 누워 있었다.


부드럽게 숨을 쉬는 작은 생명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매일같이 기적을 통과하는 일이구나."


또한

병원에서 돌아온 후,

나는 다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의 빛이 되어주겠다고.



《엄마는 촛불》


글. 담빛


엄마는 촛불.

타들어가는 걸 알면서도

모든 빛을

나에게 비추네.


세상이 밝은 이유가

엄마인 줄 모르고,


나는 그 빛을 받으며 자랐지.


그러다

촛불이 다 꺼지고 나서야

나도

촛불을 갖게 되었어.


이제는

내가 다시 촛불이 되어

나의 아이들을 위해

조용히

빛을 비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