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통과하는 일
아이를 지키는 일, 그 밤의 기록
그날 저녁도 평범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
아이들 저녁을 챙기고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뭔가를 삼킨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무심코 물었다.
“비타민 C 또 먹었어?”
하지만 곧,
비타민 포장지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 입을 살피고, 바닥을 뒤지고,
장난감 통을 들추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안고
집 앞 병원으로 달려갔다.
엑스레이 사진을 본 의사 선생님은
작은 숨을 삼키며 말했다.
“건전지처럼 보입니다.
아주 위험한 위치에 있어요.
바로 대학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119 부르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이 낯설게 흔들렸다.
아이는 내 품에서 평소처럼 웃고 있었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곧바로 도착한 응급차.
남편에게 전화를 걸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우리 아이가… 건전지를 삼켰대.”
그런데, 첫 번째 대학병원에서는
소아 환아 내시경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 119를 불러
두 번째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깜깜한 밤길,
사이렌이 울리는 차 안에서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쥐고
온몸으로 기도했다.
제발, 제발
제 아이를, 아무 일 없이
다시 집으로 데려가게 해 주세요.
그리고 마침내,
작고 둥근 건전지 하나가
조심스럽게, 아이의 몸 밖으로 나왔다.
그 조그만 금속 덩어리를 본 순간
나는 울었다.
놀람과 죄책감, 그리고 안도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말이
이렇게 절박하게 느껴진 날이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우리 집에 있던 작은 건전지가 들어간 장난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치웠다.
그날 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아주 오래도록 옆에 누워 있었다.
부드럽게 숨을 쉬는 작은 생명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매일같이 기적을 통과하는 일이구나."
또한
병원에서 돌아온 후,
나는 다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의 빛이 되어주겠다고.
《엄마는 촛불》
글. 담빛
엄마는 촛불.
타들어가는 걸 알면서도
모든 빛을
나에게 비추네.
세상이 밝은 이유가
엄마인 줄 모르고,
나는 그 빛을 받으며 자랐지.
그러다
촛불이 다 꺼지고 나서야
나도
촛불을 갖게 되었어.
이제는
내가 다시 촛불이 되어
나의 아이들을 위해
조용히
빛을 비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