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네 인생의 핸들을 잡아야 할 때

은행이 나를 잘 피했다.

by 담빛

그때 나는 은행에 정말 가고 싶었다.

취업 시즌이었다.

혼자서 스터디원을 모집하고,

모의면접하고,

기출분석하고,

자격증도따고,

"YBM 보험사니?"

어느날 아빠는 왜 이렇게 매달 돈이 빠져가가냐며

물어 본 적도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토익 고득점을 위해 공부했는데...


아무튼 진짜 열심히 했었다.


그런데

6명의 스터디원 중에서

결과는 나만 떨어졌다.


나만.



최종면접에서,

분명 면접관이

웃는 모습이 이쁘다고 했는데..

정말 다 된 줄 알았는데...

최종면접이었기에

너무 아까워

몇 일을 울고 또 울었다.


그때는 창피하고 서럽고 억울하고…

"왜 나야?"

"내가 뭘 그렇게 못했어?"

"혹시 말투가 산만했나?"

"웃음이 많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은행이 나를 진짜 잘 피했다.


정말이지,

은행이 나를 뽑지 않은 건

내가 떨어진 게 아니라

그쪽에서 ‘정중하게 거절하신 것’ 같다.


어떤 느낌이냐면:


이 지원자는 산만함의 끝을 보이십니다.
업무 정확도보다 창의성이 너무 높습니다.
수치보다 서사가 강합니다.
이 분은 절대!
금융기관에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맞다. 은행이 나를 정확하게 피했다.

진짜 신의 한 수.


만약 내가 그때 붙었더라면?


고객 통장 분실 신고 처리하다가 다른 사람 통장 분실신고 처리했을거고

계좌번호에 입금처리해야하는데 출금처리하고

업무가 마비됐을 것이다.




심지어 동기들한테는

얘는 진짜 정이 많긴 한데, 숫자랑 안 친해요…"

라는 별명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떨어졌기 때문에

나는 그 시간을

책을 읽는 데 썼고,

아이를 품는 데 썼고,

나를 껴안는 데 썼고,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은행원을 원했던 건
진심이라기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연봉이 높고, 안정적이라는 말에 기대어
내 마음에도 없는 정장을 입고 갔던 것 같다.
그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그런데도 억지로 끼워 넣으려 했으니,
어쩌면 나보다 더 나를 잘 알았던 건 그 면접관이었을지도.



그리고

나는 실패한 게 아니었다.

성공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한 번 길을 바꾼 것뿐이었다.


나는 나답게 성공하려고 떨어졌나보다.



《네 인생의 핸들을 잡아야 할 때》


글. 담빛


핸들은 네가 잡아야 해.

무섭다고, 익숙하지 않다고

남에게 맡기면

네가 원하지 않는 길로

달려가게 될지도 몰라.



길을 잘못 들 수도 있어.

낯선 골목, 울퉁불퉁한 길.

두려움이 올라올 거야.



하지만

그 길은

너에게만 보여주는 풍경일지도 몰라.

그 길이 아니었다면,
몰랐을지도 몰라.
감정과 단단함이
그 안에 있었단 걸.



단,

핸들을 잡은 이상

책임은 네 몫이야.

네가 다치지 않도록,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달려야 해.



그리고 언젠가

멈춰 서서 돌아봤을 때

이 길이 내 길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네 인생의 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네 손에 있어.



다음화는 화요일 목요일 오전 9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