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4 - AM 03:10
아침에 눈을 뜨고 보니 9시 무렵이었다. 거의 3달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출근을 위해서 이때 즈음 일어났다 보니 어느새 몸이 익숙해진 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시원에서 살지만 온전히 일주일은 고시원에서 보낸 적은 극히 드물었다.
뭣해도 토요일 오전에는 고시원을 나가서 일요일 저녁쯔음에는 돌아오는, 주마다 거의 1박 2일의 여행을 하는 것처럼 본가를 들렀다가 왔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본가를 가겠다만, 아마 월요일이 크리스마스이니 이번에는 월요일쯤 고시원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서 슬슬 집으로 갈 채비를 하려고 보니 엉망이었다. 2평 남짓한 고시원에 얼마 안 되는 여유공간은 야근과 회식 때문이라는 핑계로 뒤로 미뤄둔 빨랫감들로 가득 차있었다.
아마, 오늘 이걸 처리하고 가지 않으면 화요일에는 회사에 출근할 옷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가로 들고 가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가볍게 가볍게 옷 몇 장 정도는 가져간다고 할지라도, 결국 한 번은 빨래를 제대로 해야 하니 옷가지들을 챙겨 근처의 빨래방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었다.
빨래의 양이 상당한지라 건조기까지 돌린다고 하면 얼추 2만 원 남짓은 나올법한 분량이었다. 건조기를 돌리지 않고 자연 건조를 시킬까 생각도 했지만 고시원방은 좁디좁아 이 빨래를 널 환경이 되지 않고, 복도도 유독 내 방 앞은 좁기에 빨래를 말리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면 외부에 말려야 하는데, 외부는 내가 본가로 떠난 동안 눈이라도 온다면 다시 빨래를 돌려야 할 테니 얌전히 건조기를 돌리는 게 답이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빨랫감을 넣고 잠시 빨래방에 있자니 동생한테 연락이 왔다.
“형, 오늘 집으로 와?”
동생은 우리 집에서 가장 먼저 자취를 시작해서, 크리스마스라고 잠시 집으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오늘은 고시원 방을 다 치우고 늦게서야 집으로 갈 것 같다고 하니 뒤이어 다른 카톡이 왔다.
“아빠는 대화가 안 된다”
아마, 또 집에서 뭔 일이 있는 모양이다. 굳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는 않았다만 동의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아빠는 나를 비롯한 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듣지 않는다. 어떤 물질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 아닌, 그냥 일상적인 부분들에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니, 그다지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솔직히, 그러한 부분은 동생도 마찬가지라고 나는 느끼지만, 어쩌면 또 모른다. 다른 사람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지도.
굳이 대화가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어쩌면 내가 고시원에 사는 게 아니었다면 굳이 본가로 올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2시간씩이나 걸려서 본가로 와서 얻는 건 스트레스일 때가 더 많으니까.
요즘은 때때로 고민한다. 물리적으로 숨쉬기 힘든 것과 정신적으로 힘든 것. 뭐가 더 나을까. 그러다 보면 슬슬 그냥 주말에도 고시원에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다. 정신적으로만 힘든 것도 아닌지라. 일주일은 온전히 고시원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집의 상황은 내가 일주일은 고시원에서 보내도록 만드는 것 같다.
나에게도 편하게 있을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