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4 - PM 10:22
본가에서 눈을 뜨니 어느덧 오전 12시, 해가 중천인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본가라서 편안하게 잠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가도 3시쯤 잠들었으니, 대략 9시간 정도 잠들었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더 특별하게 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멍하니 이제는 다시 고시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제 슬슬 집으로는 오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하였다. 확실히 본가는 고시원보다 몸은 편하다. 물리적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넓으니까.
하지만, 정신적으로 내가 나에게 쓸 수 있는 공간은 너무나도 좁은 것 같았다. 아빠의 눈치를 보게 되고, 소리하나 내기도 힘들고, 제대로 뭣하나 먹고 싶은 거 하나 먹기도 힘들다. 숨이 답답하니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당장에 풀기가 힘드니 할 게 없어도 짐 밖으로 나가있고 싶을 뿐이었다.
이런 걸 생각하면 당장에 돈이 좀 더 나가고 ( 본가에 가는 이유 중에 하나는 식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있었다 ) 있을 곳이 답답해서 힘들더라도 고시원에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정말로.
사실, 전 회사를 그만둔 것 중에도 이런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불현듯 이러한 이유라는 게 다시금 상기되었다. 전 회사에서는 회사에서 엄청나게 눈치를 봤다.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으니까. 출근부터 퇴근까지 같이 어울려 있어면서 그다지 편한 분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숨쉬기도 힘든 그 상황에서 집에 오면 다시금 눈치를 미친 듯이 봐야 했다. 하루중 대부분을 남의 눈치를 보는데 쓰느라 머리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채로, 하루하루 피곤만 가중되었다. 주말이 되면 당장에 출근이 싫다가 아니고 죽고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올 정도였으니 개인적으로 받는 정신적인 한계가 정말 극에 달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머리가 점점 빠지는 것이 눈에 보일정도였다.
둘 중 하나는 버려야 했는데, 그때는 회사를 포기했다. 여러 가지로 나랑 맞지 않다고 생각됐고, 더더욱 거기의 사람들이 힘들어서. 그래서 그때는 적어도 회사를 포기하고 집에서 외부에 있을 시간은 전부 외부에만 있던 것 같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된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 집을 버려야겠지.
나에게는 물리적으로 편한 것보다 정신적으로 편한 공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