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7 - AM 12:24
오늘 기상시간에 알람을 들으니 도저히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3일은 연이어서 쉬어버린 탓인지, 아니면 간밤 여러 생각에 눈을 감고 있어도 쉽사리 정신만은 아래로 가라앉지 않은 채 둥둥 떠다닌 탓인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출근을 해야 하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출근을 준비하였다.
달력을 보니 믿기가 힘들게도 올해가 5일 남았더라. 다시금 년도를 쓸 때마다 아, 하면서 다시금 고쳐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 시기가 오기 전 올 한 해는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좋을까 하고 생각하면 조금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회사에 도착해서는 처리하지 못했던 업무들을 보게 된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10일 가까지 내 화면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티켓이었다.
거의 10일 가까이를 붙잡고 있는 그 티켓은, 실마리를 잡았다 싶어서 하나하나 수정해 나가면 다른 수정거리가 생기고, 그걸 수정하면 다시 다른 걸 수정해야 했다. 그러다가 제출하고 다시 수정하라고 이야기를 듣기를 몇 번, 결국 오늘이 돼서야 팀장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이거 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걸 너에게 준거 같은데"
애써 내 실력을 감싸주려는 한마디인지 아니면 "내 실력이 별로다"라는 반어법 인지 긴가민가 하다. 우선 코드를 하나 수정할 때마다 그에 따라 수정할 것들이 연이어서 몇 개씩은 존재했다. 그것들을 수정하면 다시 그에 맞춰서 수정해야 할 것들이... 몇몇 개는 이미 존재하는 디자인 가이드를 보고 해야 하는데 그 디자인 가이드에 상세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 이전의 가이드를 보거나 물어보거나 하는 식으로 진행해야 했다.
나무가 아니고 숲을 보면서 진행해야 했던 티켓이었다.
그런데, 이제 입사한 지 2달이 조금 넘고, 팀에 배치되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는 1달이 다 되어가는 지지금이기에 나무의 결만 보는 것도 한계인 나에게 숲까지 보는 것은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업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팀장님의 말도 이해가 간다.
정말 단순하게, 하나의 코드만 추가하면 될 줄 알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던 티켓이 되어버렸고, 하나의 작은 나무를 심으면 될 줄 알았던 것이 거대한 숲을 가꿔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작은 모종삽을 들고 와서 일을 하려 했던 나에게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더라도 여러 가지로 서러운 것은 매한가지라 너무 지쳤다.
난 왜 숲을 보지 못할까부터 해서 이 업무를 하느라 세미나를 하게 되었는데, 그 세미나를 할 시간까지 뻇겨서는 그 세미나는 이제 2일 남은 시점에서 세미나 준비를 1도 못해버린 상황까지 왔다.
부랴부랴 세미나를 준비하더라도 그 퀄리티는 도저히 내 성에 안 차서 답답하더라. 시간이 적어도 2일은 더 필요한 것을, 결국 내가 하지 못할 일을 하느라 이걸 못한다고...? 그런데 그게 이 일을 하게 된 게 원흉이라고...?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해서 답답해졌다.
하나의 거대한 스파게티 코드가 내 문제도 꼬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