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2 - PM 10:05
이제 연말이다.
10월 쯔음에는 아직 2달이나 남았다며 애써서 연말이라는 걸 상기 안 하려고 하고 11월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부터가 연말이라며 애써 무시하지만, 어느새 거리에 트리가 보이기 시작하니 스스로 연말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어졌다.
연말이라는 걸 부정하고 싶은 건 언제나 그렇듯 한 해를 돌아보면 이룬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남은 기간 동안 뭐라도 하나 이뤄보려고 아등바등 발버둥을 치며 한 해가 간다는 걸 무시하는 것 같다.
금년을 돌아보면 행복했던 순간들보다도 상처들만이 생각난다.
사람에게 상처받아서 그만두고, 사람한테 상처받아서 사람과 관계를 끊고 그러면서 사람에게 상처받은 일만 연거푸 생각나고... 당연한 말이지만 주변의 사람들이 상처를 주기에 점점 사람을 잘 안 두려고 하는 것 같다. 이젠 나한테 상처를 줘도 무감각할 정도로 일상이 되어버린 이들이 아니면 가족조차도 곁에 두기 싫어지는 것이 나라는 사람인 것 같다. 상처받기 싫어서.
생각해 보면 상처를 줬던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말을 하곤 한다.
"너는 괜찮은 줄 알았지"
"강해 보이니까 상관없는 줄 알았지"
뭐가 괜찮고 뭐가 강해 보인다는 건지. 저런 평가에 질려서 이제는 뭘 해도 생색을 내어버리는 것이 하나의 성격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그런 거 감수하면서 해주는 거라고. 듣기 싫거든 부탁을 하지 말던가 순순히 들을라고 나가니 주변에 적당히 있을 사람은 있는 것 같다. 서로 생색 엄청나게 주고받는 그런 사람들만. 차라리 이런 관계가 편한 것 같다. 나 혼자 참을 일도, 상대방도 참을 일도 없으니 생각보다 속에 서로 쌓아두는 게 없어서. 그리고 눈치도 안 봐도 되니까. 눈치하니 생각나는 올해의 또 다른 한마디가 있다.
"너 눈치 없다."
퇴사를 결심하게 했던 한마디였다. 입사한 지 3개월을 바라보며 수습이 끝나기 직전이었던 나에게 대리가 했던 말이었다. 눈치 없다를 필두로 "너 제발 나한테 한 번만 걸리면 좋겠다"를 시작하며 수많은 말로 나를 갈궈서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하면서 회사 쪽에 말했으나 별달리, 징계는 없었다. 그러려니 하면서 최근 새롭게 입사한 회사에서 퇴근하는 버스 중 전 회사 앞을 지나는 버스가 있는데 버스 안에서 가상으로 침을 뱉고는 한다.
[입사]
어쩌면 올해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아닌가 싶다. 한평생 나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고, 취업시장이 한파가 되면서 더더욱 그렇게 생각했는데 2번이나 한 게 대단하다 생각난다. 좀 더 아쉬운 점이라면 좀 더 일찍 할 수 있는데 안 했다는 점, 욕심을 내다가 잃은 게 더 많은 것 같다는 점. 돌이켜보면 제법 괜찮은 기회들이 있었는데 놓친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회사의 장점이 좋아서 엄청나게 후회되는 정도는 아니고 IF 정도를 가끔 생각나게 하는 정도.
어쩌다 보니 글을 쓸 때 올해를 돌아보면 생각나는 단어들로 상처를 정리해 본 것 같다. 사실, 올해 받은 상처가 저거뿐이 아니고 당장 생각나는 것도 저것뿐이 아니다만 인생이 원래 그런 거겠지. 나만 이렇게 사는 거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도 삶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더라. 내일은 좋았던 점이라도 정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