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AI를 이용하면 사고력 확장이 제한되는가

by 방구석 정치



AI는 글쓰기에 분명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 누구나 AI만 있으면 박학다식한 비서를 옆에 두고 글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료를 찾고, 원고의 초안을 만들며, 문장을 다듬는 잔작업까지 AI가 대신 처리해 준다. 그 결과 글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단축되었다. 이는 글쓰기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낮춘 변화이며, 이 점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AI를 이용한 글쓰기는 자동차의 내비게이터에 비유할 수 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장 빠르고 편한 길을 안내해 주고, 스스로 길을 찾을 필요는 줄어든다. 내비게이터의 사용이 곧바로 길 찾기 능력의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판단하는 경험이 줄어들 경우 그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AI를 활용한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로, 사용 방식에 따라 개인의 사고력 확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과거의 글쓰기가 언제나 깊은 독서를 전제로 했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글쓰기 환경, 특히 연구적 성격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책을 읽고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 글을 쓰기 위해 먼저 책을 읽고, 그 과정에서 생소한 개념과 낯선 관점을 반복해서 마주하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수반되었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곱씹고, 쉽게 동의되지 않는 주장을 따라가며 사고의 범위를 넓히는 과정은 글쓰기 이전 단계에서 이미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점에서 책과 AI의 기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책과 AI의 차이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라기보다 독자에게 일정한 사고의 기준을 제시하는 매체에 가깝다. 책은 독자의 현재 수준과 무관하게 저자의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고, 독자는 그 내용을 이해하려 애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자신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사고와 마주할 가능성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이러한 불편함과 충돌이 바로 사고 확장의 계기가 된다.
반면 AI는 성격이 다르다. AI는 방대한 지식과 뛰어난 처리 능력을 지닌 매우 유능한 조수에 가깝다. 질문 설계에 따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용자가 요청한 범위 안에서만 반응한다. AI는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이용자의 사고 수준을 일방적으로 끌어올리는 존재는 아니다. 심지어 이용자의 생각에 오류가 있더라도, 특별히 지적하지 않은 채 그 전제를 유지한 답변을 제공하기도 한다. 결국 AI 활용의 결과는 이용자의 질문 수준과 문제의식에 크게 좌우되며, 이로 인해 사고가 자기 눈높이에 머물 위험이 발생한다. 이것이 책과 AI가 사고력 확장에 미치는 영향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차이다.

사고력이 제한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AI를 이용한 글쓰기의 가장 큰 위험은 사고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만 순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다. 이는 AI의 결함이라기보다, 사용자가 이미 알고 있고 보고 싶어 하는 정보만을 중심으로 질문을 구성하기 쉬운 구조에서 비롯된다. 그 결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영역이나 낯선 문제에 접근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사고력 확장이 제한되면 새로운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 기존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힘, 낯선 생각을 받아들이는 내성이 함께 약화될 수 있다.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스스로 기준을 세우는 능력 역시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식의 양이 늘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깊이와 방향이 고정되는 현상에 가깝다. 이러한 상태는 초등학생 시절의 사고 방식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정보는 계속 소비되지만 사고의 구조는 확장되지 않는다.

AI 시대에 사고력 저하를 줄이려면

현실적으로 AI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독서량이 줄어드는 경향은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AI 시대에 사고력 저하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AI를 책의 대체물이 아니라 보조 도구로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관점과 개념을 먼저 접하고, 그 이후의 정리와 비교, 검토 단계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부득이하게 충분한 독서가 어려운 경우라면, AI에게 기존 연구나 논의의 흐름을 검토하도록 요청해 사고의 범위를 인위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때 단순 요약이 아니라 서로 다른 관점, 주요 반론, 논의의 한계를 함께 제시하도록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최종 판단과 책임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AI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 동향을 정리하고 사고를 보조할 수는 있지만, 결론을 대신 내려 주는 존재는 아니다. AI의 능력을 맹신하거나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사고는 확장되기보다 오히려 자기 눈높이에 갇힐 위험이 커진다. AI 시대의 글쓰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태도와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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