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서 AI에게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by 방구석 정치




AI를 이용한 글쓰기는 기존의 글쓰기와 전혀 다른 방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통적인 글쓰기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의 글쓰기도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찾고, 자료를 분석·정리한 뒤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 AI를 활용한 글쓰기 역시 이 기본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AI는 질문 하나로 즉각적인 답변을 제공하기 때문에 글쓰기가 훨씬 빠르고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동시에 이 편리함 때문에 과거에 거치던 자료 탐색과 검토의 과정이 생략되고,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위험도 커졌다.
따라서 AI 글쓰기의 핵심은 전통적인 글쓰기 프로세스를 유지한 채 AI를 활용한다는 인식을 갖는 데 있다. AI는 판단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글쓰기 전 과정에서 보조적으로 도움을 주는 도구다.
이 관점에서 이하에서는 질문 방식을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하나는 질문의 목적에 따른 구분이고, 다른 하나는 글쓰기 단계에 따른 구분이다.

1. 일반적인 질문 방식 (질문의 목적 기준)

AI에게 질문할 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질문의 목적이다. 같은 질문이라도 무엇을 얻기 위해 던지느냐에 따라 AI의 답변 성격과 활용 방식은 크게 달라진다. 글쓰기에서 특히 중요한 질문은 두 가지다.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질문과, 이미 얻은 답변이나 자신의 판단을 시험하기 위한 검증 질문이다.
자료 수집을 위한 질문과 검증을 위한 질문은 특정 단계에 한정된 기법이 아니라, 글쓰기의 전 단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질문 기준이다.

1) 자료 수집을 위한 질문
자료 수집 질문은 정보의 폭을 넓히기 위한 질문이다. 목적은 글을 쓰기 전에 필요한 재료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있다.
이 단계의 질문에는 특별한 형식 제한이 없다. 오히려 주제의 지형을 펼쳐 보이는 질문일수록 적합하다.
예를 들어
“이 문제를 다룬 기존 연구나 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 주제에 대한 연구 동향은 어떠한가”,
“이 주제에 대해 독자들은 어떤 점을 궁금해할 가능성이 큰가”
와 같은 질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AI가 제공한 정보는 곧바로 결론이 아니라 글쓰기의 재료다. 따라서 답변은 메모와 분류를 통해 관리해야 하며, 이렇게 정리된 자료는 이후 검증 단계와 실제 글쓰기 과정에서 중요한 기반이 된다.

2) 검증을 위한 질문
검증을 위한 질문은 AI의 답변이나 나 자신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하고 시험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이다. AI의 답변은 대체로 정리되어 있고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언제나 오류 없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핵심 판단에 대해서는 의도적인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에게 편의점 창업의 전망을 물었을 때 “편의점 창업은 안정적이다”라는 답변이 나왔다고 하자. 이 경우 곧바로 결론을 받아들이기보다, “이 판단은 어떤 조건에서만 성립하는가”, “그렇다면 누구나 해도 성공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질 수 있다. 이렇게 같은 도구를 사용해 결론의 전제와 한계를 드러내는 방식이 검증 질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판단을 일일이 검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글의 핵심 주장이나 독자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점만 선별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검증의 대상은 AI의 답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 자신의 판단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는 AI를 최종 판단자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판단에 숨어 있는 전제와 약점, 반대 사례의 가능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이 과정을 거칠수록 판단은 단정에서 벗어나 보다 신뢰 가능한 결론으로 다듬어진다.

2. 글쓰기 단계별 질문 방법

글쓰기는 한 번에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 점진적으로 정리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글쓰기의 진행 단계에 따라 질문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모든 글이 반드시 같은 순서를 거칠 필요는 없지만, 정보성·분석형 글일수록 이 단계 구분은 사고 누락을 막는 안전장치로 작동한다.

1) 연구 동향 파악 단계
연구 동향 파악 단계는 주제의 전체 지형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이 주제는 어떤 맥락에서 논의되어 왔는가”, “현재 주류 관점은 무엇인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논점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큰 흐름을 살핀다.
이 단계의 질문은 결론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글이 기존 논의 속에서 어디에 위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생략하면 이미 소비된 주장을 반복하거나, 문제 설정 자체에서 방향 오류를 범할 위험이 커진다.

2) 자료 수집 단계
연구 동향 파악이 주제의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자료 수집 단계는 주제가 선정된 이후 그 내용을 채울 구체적 재료를 모으는 단계다. 이 시점에서도 결론은 유보되며, 판단에 필요한 재료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단계의 질문은 보다 세부적이고 정보 중심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주제와 관련된 통계에는 무엇이 있는가”,
“주요 논쟁점은 무엇인가”,
“각 주장별로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대표 자료는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이 효과적이다.
AI는 공개된 자료, 일반적인 연구 결과, 널리 알려진 통계와 논점을 빠르게 정리하는 데 강점이 있다. 반면 미공개 자료나 특정 기관의 내부 데이터, 최신 현장 정보는 제공할 수 없으므로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이 한계를 인식한 상태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3) 글의 뼈대를 잡는 단계
자료가 충분히 모이면, 이제는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 단계의 질문은 글의 구조와 논지를 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 내용을 몇 개의 핵심으로 나눌 수 있는가”,
“중심 주장과 보조 논지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삭제해도 무방한 부분은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 AI에게 목차 작성을 요청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만 AI가 제안한 목차는 하나의 초안일 뿐이며, 글의 중심 주장에 맞게 수정·조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글의 논지와 흐름이 선명해진다.

4) 글쓰기 단계
글쓰기 단계에서는 AI에게 원고 초안을 작성하게 할 수도 있다. 이때 목차 전체에 대한 초안 작성을 요청하면 글의 방향성과 전체 논리 흐름을 빠르게 점검하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목차 일부에 대한 초안 작성은 특정 논점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깊이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따라서 먼저 전체 구조를 점검한 뒤, 필요한 부분에 한해 부분 초안을 요청하는 방식이 가장 안정적이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실제 문장을 다듬는 질문이 필요하다. “이 문장은 앞뒤 문단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가”, “표현이 지나치게 단정적이지 않은가”, “독자가 오해할 소지는 없는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글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 단계에서 AI는 편집자처럼 활용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문장을 남길지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반드시 글쓴이 자신이어야 한다.


3. 글쓰기에서 흔히 범하는 잘못된 AI 사용 유형

글쓰기에서 가장 흔한 AI 오사용은 질문 과정을 건너뛴 채 곧바로 결과만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 주제로 글을 만들어 달라”와 같이 완성본을 바로 요청하면, 사고와 판단의 과정이 생략된다. 글은 그럴듯해 보일 수 있지만,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또 다른 문제는 AI의 답변을 검증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AI의 문장은 정돈되어 있지만, 그 내용이 항상 정확하거나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검증을 생략하면 오류나 예외를 걸러낼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흔한 착각은 AI를 판단자나 저자로 여기는 것이다. AI가 대신 결론을 내려 주거나 글의 방향을 결정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글의 주체성과 책임은 흐려진다. 글은 결국 사람이 쓰는 것이며, AI는 사고를 돕는 도구일 뿐이다.

4. 결론

결국 AI를 이용한 글쓰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질문의 목적을 구분하고, 글쓰기 단계에 맞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때 AI는 생각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고를 끝까지 밀어붙이게 만드는 도구로 기능한다. 이것이 AI 시대에도 글쓰기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글쓰기에 AI를 이용하면 사고력 확장이 제한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