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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마저 권력의 시녀인가

이재명 재판 연기 결정을. 보고

by 방구석 정치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립성과 양심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최근 법원이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을 예고 없이 연기한 결정을 두고, 국민 사이에 깊은 실망과 혼란이 번지고 있다. 대법원까지 판단을 마친 사건이,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갑작스럽게 멈춰버린 것이다.

이재명은 대선 기간 동안 수많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고, 그중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유권자들이 후보의 자격을 가늠하는 데 핵심적 판단 기준이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재판부는 ‘여건상 재판이 어렵다’는 불분명한 이유를 들어 심리를 연기했다. 그 ‘여건’이 과연 무엇인가. 재판부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권력 변화에 따른 부담감과 눈치 보기라는 의심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대한민국 법원은 전직 대통령조차 단죄하며, 삼권분립의 최후 보루로서의 위상을 지켜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모습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권력자와 관련된 사건일수록 다뤄지는 속도는 느려지고, 법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앞서 보인다는 인식을 국민들은 지울 수 없다. 특히 이재명과 관련된 주요 재판들이 잇달아 연기되고 있는 상황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이번 결정은 단지 한 정치인의 재판 연기를 넘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묻는 신호탄이다. 사법부가 권력 앞에서 주저하고, 정치적 충돌을 피하는 데 급급하다면, 과연 누가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켜줄 수 있겠는가.

사법부는 결코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는 “법은 약자에게만 엄격하고 권력자에게는 관대하다”는 국민의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든다. 법의 균형추가 흔들리면, 정의는 목소리를 잃고, 국민은 체제를 외면하게 된다.

이제 묻는다.
이 나라의 법치주의는 살아 있는가, 아니면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가.
사법부는 스스로 그 답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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