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를 갖고 싶었다

설화 '삼태성 삼 형제'

by 장아연
삼태성: 세 개의 별이 되다


백두산 자락 작은 마을엔 어머니와 쌍둥이 삼 형제가 살았다. 삼 형제는 여덟 살이 되는 날, 각기 다른 길을 떠났다. 그들은 십 년을 기약하며 세상에 도움이 되는 신묘한 재주를 배웠다. 첫째는 구만 리를 갈 수 있는 방석을 다루었고, 둘째는 구만 리를 볼 수 있는 천리안, 셋째는 칼을 휘두르면 자연을 다룰 수 있는 재주를 배웠다. 십 년 후, 다시 모인 삼 형제는 어머니를 도와 농사하며 평범하게 지냈다.


어느 날, 세상이 갑자기 어두워지니 흑룡이 해를 삼켰다. 흑룡이 해를 금방 뱉을 거란 예언과 달리, 태양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삼 형제를 불러 말했다.


"너희가 나설 때다. 그동안 신묘한 재주를 배웠으니 그걸 사용해서 흑룡을 무찌르고 해를 되찾아라. 그전까진 집에 들어오지 마라."


삼 형제는 첫째의 방석을 타고 흑룡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자신에게 재주를 알려준 세 스승들을 찾아가 흑룡을 어떻게 찾을지 방법을 강구했다. 그중 한 스승이 말하길, 흑룡담에 흑룡들은 암수이며 인간들을 희롱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흑룡을 물리치기 위해선 이승이 아닌, 하늘 높이 올라가야 했다. 삼 형제는 다시 첫째의 방석을 타고 높이 올라갔다. 둘째는 천리안으로 흑룡의 위치를 파악했다.


흑룡담에 높이 솟아오르는 두 흑룡은 즐겁게 놀고 있었다. 셋째는 장검을 준비해서 흑룡을 공격했다. 하지만 흑룡을 무찌르는 건 쉽지 않았다. 삼 형제가 힘을 모아 흑룡의 약점을 공격하여 무찔렀다. 흑룡은 해를 토해내고 그대로 바다에 빠졌다. 기쁜 마음으로 돌아간 삼 형제는 어머니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흑룡을 완전히 무찌른 건 아닌 거 같아요. 다시 또 나타나면 어쩌지요?"

"너희가 하늘에 올라가서 해를 지켜라."


어머니의 말을 들은 쌍둥이 삼 형제는 그대로 밤하늘에 올라갔다. 하늘에 세 개의 별이 생겼으니 이를 삼태성(三台星)이라고 하였다.




어릴 적부터 나는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특히 언니나 오빠가 있는 친구들. 그들은 외동인 나를 부러워했다. 가족의 모든 사랑을 담뿍 받으며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다는 게 부러움의 이유였다. 내 유년기의 기억은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뿐이었다. 항상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종일반에 나 홀로 남았다. 어린이집의 모든 친구가 하원한 후, 나는 원장님과 단 둘이 남아 오후 7시 넘도록 부모님을 기다렸다. 내가 7살 무렵, 아빠는 장기 출장으로 해외에 있었고 엄마와 나만 살았다. 문제는 엄마도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다. 그쪽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모두 하원해야 퇴근이 가능했다.


어린 나는 꽤 꿋꿋하게 혼자 놀았다. 외동으로 살면서 좋은 점은 혼자 노는 스킬이 늘었다. 블록을 조립해서 내 몸통만 한 크기의 조형물을 만들며 놀았다. 소꿉놀이 1인 4역은 내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적적한 시간을 견딜 수 있던 건 어린이집 원장님의 두 딸 덕분이었다. 두 딸은 초등학생이었다. 6살인 내게 초등학생은 20살이 족히 넘은 어른 같았다. 그들은 나를 가운데에 놓고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그때 처음 배운 건 '성씨'였다. 공주님이 사는 성이 아니라 이름의 성.


그 후 7살이 된 나는 이사 갔다. 우리 가족은 함께 할머니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나는 옆동 자매들과 친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이었던 언니들은 나를 데리고 놀러 다녔다. 그때 난생처음으로 트럭 바이킹을 타보았다. 5학년 언니는 나를 위해 맨 앞자리에 탔다. 할머니는 그 언니들에게 고맙다며 용돈을 쥐여 주었다. 내 유년기는 두 자매 덕분에 행복했다.


"넌 외동이라서 좋겠다. 난 언니가 너무 싫어! 맨날 내 옷 뺏어 입고 밤마다 불 끄라고 시킨다니까?"


자라오는 내내 '외동이라서 좋겠다.'라는 말을 세어봤다면 천 번은 넘을 거다. 다들 왜 그리도 외동을 부러워하는지 내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구구절절 말하고 싶었다. 중고등학교 내내 하교 후 적막한 집이 싫어서 친구들을 데려왔다. 함께 라면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며 깔깔 웃었다. 그것도 지겨워지면 친구 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친구들은 형제자매의 안 좋은 부분만 부각했지만, 나는 알았다. 막상 그들이 궁지에 몰리거나 인간관계로 힘들 때마다 조언을 구한다는 걸. 어릴 적부터 사회생활을 배운 그들과 달리 나는 유독 협동심이 부족했다. 소꿉놀이 1인 4역을 네 사람과 나눠야 한다는 것도, 단독행동은 옳지 못한 거란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왜? 왜 그래야 하는데? 물어봐도 다들 마땅한 대답은 내어주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원래 그런 거야."


삼태성 설화 속 삼 형제는 10년 동안 형제들과 떨어져 살았다. 각자 신묘한 재주를 배워 협동해 흑룡을 물리쳤다. 만일 삼 형제가 아니라 두 형제였다면, 그들이 아예 외동이었다면 흑룡을 무찌를 수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이 세 개의 재주를 배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삼 형제의 재주는 하나라도 빠지면 곤란했다.


나는 사무치게 외롭거나 슬픈 밤이면 쌍둥이가 있길 바랐다. 같이 학교에 다니고, 친구를 공유하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평안해질 듯했다. 내가 스쳐 간 친구 중에서 쌍둥이가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당차고 대범했다.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그들과 함께하면 무언가 든든해졌다.


여전히 나는 형제자매가 없다. 다만 조금 달라진 점은 있었다. 어릴 적부터 혼자 자란 나는 누구보다 향상심이 뛰어났다. 조언을 구할 사람도, 내 삶에 개입할 사람도 없었다. 모든 건 다 내 책임이었으며 내가 해결할 과제였다. 나도 모르게 자라오는 내내 다양한 문제를 해결했다. 나는 원래부터 혼자였으니 혼자인 점이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나와의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성장했다.


쌍둥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유효했다. 하지만 이미 쌍둥이가 생긴 기분이었다. 실제 인물은 아니지만, 내 마음속에 있는 쌍둥이는 언제나 나를 믿어주었다. 거울 이면처럼 나를 솔직하게 비추면서 함께 변화구를 고민했다. 나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영원히 그러할 내 쌍둥이를 좋아했다. 삼태성 삼 형제가 외동이었으면 어땠을지 생각했다. 과거 나는 그들이 삼 형제이기 때문에 흑룡을 물리쳤다고 여겼다.


어쩌면 외동이어도 흑룡을 물리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자신을 믿으며 나아가면 혼자여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꼭 협력해야 대성한다고 여겼던 내 마음이 조금은 깨졌다. 우리는 원래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으니까. 나는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니까.


머릿속에 물리칠 흑룡을 그렸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혼자서? 의심이 들 때면 꿋꿋하게 혼자 노는 법을 터득하던 어린 나를 떠올렸다. 어린이집 원장님이 장난 삼아 '오늘은 원장님 집에 가서 잘까?'라고 물었을 때, 어린 나는 이렇게 답했다.


"오늘은 엄마랑 가고요. 시간 날 때 원장님 집으로 자러 갈게요~"


선명하게 떠오른 기억들을 오늘도 천천히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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