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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da May 05. 2024

나를 관통하는 키워드, '나답게 일하기'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나답게 일하기

4월 중순부터 친구들과 '매일 내 것 고민하기 챌린지'를 하게 되었는데 (하루 벌금이 무려 5,000원) 덕분에 매일 강제적으로 나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만들고 있다. 어떤 날은 10분이 채 안 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서로 강제하는 기회를 그냥 날리고 싶지는 않아서, 그동안 쓰려고 벼르고 있던 글들도 완성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매일 고민하는 나날이다. 이 글은 쓰려고 벼르던 글들 중 하나이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작년 11월쯤 평소처럼 아이를 재우고 노트를 펴놓고 요새 하는 생각들을 털어놓다가, 내가 갈급하는 문제들,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들이 크게 '커리어', '마음 건강' 2개 단어와 관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개 키워드도 고민해 보면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될 것 같았지만, 바쁜 일상에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채 6개월 정도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번 기회에 고민을 끝내겠다고 매일 적어도 10분씩 노트를 쓰다 커리어와 마음 건강 위에, 상위의 키워드를 깨달았다. '나답게 일하기'였다.

작년 11월의 기록, 그리고 요즘의 일상들


나의 관심사 변화기

'나답게 일하기'라는 키워드를 정리하고 나니, 내가 그동안 관심 있던 모든 것이 그 단어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저 어렸을 때부터 풀고 싶었던 문제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였다. 엄마는 결혼 후 일을 그만두고 나를 낳았고, 나를 키우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업을 찾고자 했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좌절되는 것 또한 옆에서 끊임없이 보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에서 겪게 되는 문제들, 엄마를 위한 물건은 작은 것 하나라도 쉽게 사지 못했고, 아빠와 아니다 싶은 날에도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노후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돈을 버는 직업, 내 일을 계속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오랜 시간 배웠던 것 같다. 그래서 내게 일, 커리어와 같은 단어들이 중요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하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 것’이 내가 가진 가장 큰 두려움이었고 해결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경력단절여성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몇 년간 일을 쉰 사람이 다시 예전 경력을 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서, 지금 일하고 있는 워킹맘이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사업으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 문제는 나도 인지하지 못하던 사이, 글을 쓰면서 해결해나가고 있었는데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현업자가 많이 없다는 문제'였다. 대학생 때 마케터가 되고 싶은데 마케터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어느 인더스트리에 있는지, 어느 회사를 다니는지에 따라 하는 일들이 다들 달라서 마케터의 일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마케터의 일에 대해 쓴 책이나 글들을 찾아보았지만, 몇십 년 일한 구루가 쓴 글은 있었지만 초년생인 내게 필요한, 마케터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현업자는 거의 없었다. 그 후 마케터가 되어, 내가 몇 년간 마케터로 일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브런치에 썼고, 그 글들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 결국 출간까지 이어지게 되었는데, 내가 겪었던 고민을 어느새 내가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일하는 법에 대해서도, 초년생 때 일하는 법을 누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어서 스스로 터득해 내느라 고생했던 것들, 어떻게 매니저에게 질문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내가 결정할 수 있는지를 몰라서 괴로워했는데, 일하는 법을 깨달았던 것도 퍼블리에도 남기게 되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나도 인지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일하고 있는 마케터라는 직무에 대해서, 그리고 초년생이 일하는 법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면서 '일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회사에서의 마음 건강'이었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옆에서 보았고, 그만두고 몇 년을 쉬고 나면 돌아오기는 어려우니, 내가 취업하면 정년까지 끝까지 일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니, 그 다짐이 우스워지게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놀랐다. 회사에서 내 쓸모를 증명하라고 할 때,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던 회사가, 반대로 회사 역시도 마음만 먹으면 나를 자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1인분 몫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너무 숙제처럼 느껴져서 빨리 할머니가 되어버리고 싶었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회사 일은 회사 일이고, 퇴근 후의 일상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내 시간의 대부분을 쏟는 회사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내 일상도 편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회사에서의 마음 건강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챙기나 싶어, 사람들이 쓴 글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열정에 기름붓기> 같은 채널에서는 자신의 일을 찾아서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또 한편에는 다 내려놓고 해외로 떠나 여행작가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양분화된 이야기들 뿐이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회사에서 마음 지키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누군가 해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회사에서의 마음 건강'만큼이나, 내가 고민했던 것은 ‘나를 다루는 법’이었다.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보면, 나 스스로가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도, 존재하지도 않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만들어놓고, 그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지려 노력했고, 나를 보여주는 단어들에 집착했었다. 일을 시작하고 몇 년간은 높은 이상과 그렇지 못한 현실의 괴리에 괴로워했고, 그렇게 원하던 네임밸류를 얻고 나서는 또 나를 증명해 내느라 마음이 늘 힘들었다.


이런 문제들이 풀고 싶었는데, 그동안은 내가 풀고 싶어 하는 문제들이 모두 다른 독립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답게 일하기'라는 키워드를 정리한 후, 내가 해결하고 싶던 문제,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쓰고 있던 글들이 ‘나답게 일하기’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고민했던 것도, 일을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워 이를 해결하고 싶었고, 그리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던 것도,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찾을 때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시작이었다. 마지막으로 회사에서의 마음 건강도, 결국 내 일을 지속하려면 내 마음이 편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마음 지키면서 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씩은 달라 보이지만, '나답게 일하기'라는 키워드 안에서 모두 설명이 되는 것 같았다.


나답게 일하기 프로젝트, 함께 해요!

지금의 내가 스스로 정리한 것은, 나답게 일한다는 것은, ‘내가 기꺼이 괴로워할 수 있는 곳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었다.

1. '일에 대한, 나만의 기준' 찾기: 회사 일이 즐거울 수만은 없어서 ‘내가 기꺼이 괴로워할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지만, ‘나답게 일하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의 조건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었다. 내가 나답게 일한다고 생각했던 때, 그래서 내가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때를 돌이켜봐도, 내게 맞는 일을 찾았을 때였다. 그곳은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곳도 아니었다. <그렇게 진짜 마케터가 된다>를 한 단어로 정리해 봐도, ‘나만의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커리어 상담이라기에는 거창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결국 답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데, 함께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의 기준을 함께 찾아가는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2. 그리고 '그 일을 잘합시다': 그리고 그 일을 찾았더라도, 내가 일을 잘하지 못하면, 그곳은 지옥이 되는데, 그래서 내가 남겼던 글, 직장인의 생각법 시리즈 등을 보면, 초년생이 어떤 부분에서 일을 어려워하는지, 회사의 생리는 어떠한지, 누구 하나 앉혀놓고 알려주지 않는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썼다. 그게 모두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글이었다. 지금도 퍼블리에 새로운 글을 쓰려고 준비 중인데, 퍼블리에도 글을 남기고, 브런치에는 <성장 단상>이라는 주제로 꾸준히 써보려 한다.

3. 그리고 그 일을 '마음 단단히 잘하는 것': 그리고 결국 ‘내 일을 찾더라도’ 마음이 무너지는 일은 생길 수밖에 없는데, 마음의 근력을 키우면서 일상의 나를 돌보아야만 내 일을 나답게 할 수 있었다. 나는 이게 ‘균형 잡기’라고 생각했다. 미래를 위해 달려야 할 때도 있지만 오늘의 나도 챙겨야 하는 균형, 회사 안에서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회사에서의 성장이나 평가와 별개로 내 일상 또한 잘 돌보는 균형, 이런 균형 잡기를 통해 단단한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파트는 그동안 쏟아내듯 쓰고 있던 매거진 <내 마음 지키면서 일합시다>를 브런치북 연재로 정리해두려 한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는데, 마음 근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라도 읽는 소모임이라도 운영하면서, 나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려 한다.

4. 마지막으로 이 생각들의 베이스가 되는 글쓰기: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를 재워놓고 불 꺼진 거실에서 혼자 식탁에 앉아 노트를 펼치는 순간 시작되던 나만의 note camp 덕분이었다. 짧게 노트를 끼적이던 시간, 다이어리 쓰기 시간이기도 했고, 생각 정리 시간이기도 했던 그 시간들을 꾸준히 가진 덕분이었는데, 이 또한 관심 있는 분들이 있다면 같이 글쓰기를 해보는 모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생각이 정리되었고, ‘나답게 일하기 프로젝트’를 어떻게 사람들과 구체적으로 함께 할 수 있을지는 아직 고민 중이기는 하지만, 예전의 내가 그래왔듯, 우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먼저 글로 쓰다 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나답게 일하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글들을 먼저 써놓기로 했다.



그리고 의도치 않았지만 내게 큰 두려움을 남겼던 엄마는 4년 전부터 요양복지사로, 엄마의 일을 찾아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엄마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율동 시간에 춤추는 영상을 보았는데, 행복해하는 엄마를 봤다. '아버지, 이렇게 춤추셔야지.', '어머니, 저 춤 잘 추지요?', '자 박수 더 크게 잘 치세요.' 영상 속 엄마의 목소리, 표정, 행동에서 엄마가 진정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나답게 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동생들의 도움을 받아 율동 시간에 쓸 영상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엄마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엄마가 돌보시는 어르신 에피소드로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엄마가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내가 갖고 있던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을 좀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문을 두드리는 것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계속 나답게 일하고 사는 것을 고민하고 행동한다면 결국에는 나답게 일할 수 있겠구나 라고 또다시 엄마를 보며 배우는 중이다. 나답게 일하고 싶은 사람이 나의 일을 찾느라 답답할 때, 그리고 나의 일을 하더라도 마음이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 꺼내 읽어볼 수 있는 글들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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