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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da Aug 13. 2019

당신의 장미꽃은 잘 지내고 있나요?

어린왕자에서 찾은 질문.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야


대학교 1학년 때 누군가 내게 꿈을 물어보면 고민도 없이 ‘법률서비스 보편화’가 꿈이라고 얘기했다. 어느 지역이든 스타벅스가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커피 한 잔 사먹을 수 있는데, 왜 법률서비스는 법원 주변에 가야 겨우 볼 수 있는지, 왜 사람들이 법률서비스 받을 일이 있으면 무섭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지가 그 당시 내 질문이었고, 이걸 해결하겠노라 결심했었다.

 그 당시 계획은 참 구체적이었는데, 대학교 졸업 후 로스쿨 진학, 그 후 프랜차이즈 카페 형태의 로펌을 운영하는 플랜이었다. (그 당시는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이라, 웹사이트나 어플로 만들 생각도 없었고, 카페 형태의 로펌이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될 무렵, 우연히 들었던 마케팅 수업은 나의 모든 관심사를 마케팅으로 옮겨놓았다. 지금 우리가 산타클로스하면 떠올리는 산타 할아버지가 사실은 코카콜라의 겨울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고서 마케팅에 푹 빠져버렸다. 사람의 인식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내 대학생활 대부분은 마케팅 관련 학회에, 공모전으로 가득했다. 내가 쓰는 모든 시간은 내가 마케팅을 원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지만, 난 여전히 내 꿈은 변호사라고 대답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계획대로라면 로스쿨을 가야만 하는 시점이 왔다. 변호사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내 시간 중 단 몇 분도 그 꿈에 투자한 적이 없었다. 법이라는 분야를 단 한 번도 제대로 공부해 본 적도 없고 접해본 적도 없는데 법이 내게 맞는 분야인 걸 어떻게 확신하냐는 질문에서부터, 지금 이렇게 마케팅이 재미있는데 굳이 이걸 버려야 하나 라는 괴리감까지 힘들었다. 그제서야 매번 내 꿈이라고 얘기하던 변호사가 더 이상 내 꿈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야
It’s the time you spent on your rose that makes your rose so important


변호사라는 꿈이 있었던 순간만큼은 진실이었을거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을 쓸 수 밖에 없는 마케팅 분야를 발견한 후의 나는 그 장미꽃에게만 매일 물을 주고 말을 걸고 사랑했던 것이다. 말로만 변호사가 꿈이라고 이야기하던 사이, 그 꿈은 내 꿈이 아니게 된 거다.


김미경 강사의 드림온이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꿈의 크기가 아니다. 지속적인 관리다. 매일 내 꿈이 에너지를 잃지 않도록 오늘 하루에도 작은 데이터를 꾸준히 쌓는 것이다. 꿈에는 자체적인 생명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하루라도 꿈을 돌보지 않은 날이 없다. 24시간 꿈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잘 있었는지 확인하고, 밤에는 오늘 하루동안 조금이라도 자랐는지 체크하면서 잠자리에 든다.


 나도 모르는 사이 커버린 마케팅의 꿈은 자라고 자라, 졸업하고 6년째 계속해서 마케터로 살아가게 만들었다. 길가다 보이는 옥외광고에도, 어플에 보이는 배너에도 왜 저런 문구를 썼는지, 누가 타겟인지, 저 광고는 좋은지 나쁜지. 계속해서 내 꿈에 물을 주고,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내 장미에 쏟기 위해 가꾸고 또 가꾼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갑작스런 일이 생기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이 만나 생각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의 오늘이 오늘의 내 꿈을 향해 쓰고 있냐는 거다. 가끔은 내가 쓰는 시간이 답을 말해주기도 한다.


당신의 장미꽃은 잘 지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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