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대문 소리

by 고양이수의사

어렸을 때 우리 집 대문은 열릴 때 탕, 하고 소리가 났다. 나는 그 소리를 싫어했다. 열었으니 당연히 따라오는 닫히는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밤에 들리는 그 소리는 무서웠다.


밤에 대문을 열고 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리 아버지다. 기분 좋게 적당히 취해 오실 때도 있지만 결국 화를 내거나 이미 화가 나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무엇이 우리 아버지를 그렇게 화나게 할까. 대문 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잠든 척 아니 죽은 척을 한다. 마루를 밟는 발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심장은 더 빠르게 뛴다. 문이 잠깐 열렸다가 발소리가 다시 멀어지는 날도 있지만 대개는 형광등이 켜지고 아버지가 나를 부른다. 나는 잠에 취한 척 버티다 마지못해 일어나 큰방을 향해 아버지를 따라간다. 인상을 쓰고 있는 어머니가 보인다. 누나가 먼저 와 있을 때도 있고 내가 데리러 갈 때도 있다. 이 밤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그때마다 다르다. 좋은 얘기로 시작해도 결국 큰소리로 이어지는 희한한 밤.


나는 아버지를 무서워했다. 평소의 아버지가 항상 무서운 건 아니었다. 자꾸 바뀌는 아버지가 무서웠다.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모르겠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불안이 많았던 나는 아버지가 늦어지는 밤이 두려웠다. 오늘은 어떤 아버지가 올지 몰라 불안했다. 탕, 소리가 나면 심장은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나는 유독 집에 도둑이 드는 꿈을 많이 꿨다. 특이한 건 도둑이 담벼락은 놔두고 항상 대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거다. 그것도 탕, 소리를 내며 당당하게. 나는 올 것이 왔다는 기분에 공포를 느끼며 어딘가에 숨는다. 하지만 결국 도둑은 나를 찾아낸다. 문이 열리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과 함께 잠에서 깬다. 나는 조용히 어두운 마루로 나가 대문이 잘 있는지 한참을 쳐다본다. 큰방에서 아버지 코 고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 다시 눕는다. 변성기가 온 후에도 이 무서운 꿈은 계속되었다.


도둑 드는 꿈보다 아버지가 늦는 밤이 더 무서웠다. 그 밤들이 아버지를 마냥 좋아하고 싶은데도 그럴 수 없게 만들었다. 뱉은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말들에 상처받은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시간을 돌린다 한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밤의 대문 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다.


그때 할 수 없었던 것을 지금은 할 수 있을까? 어느새 그때의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아진 나는 무엇이 그렇게 아버지를 힘들게 했을까 생각해 볼 뿐이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화나게 했을까. 그를 끝도 없이 취하게 만들었을까. 알 것 같다가도 모르겠다. 차라리 끝내 모른 채로 그때의 아버지를 마음껏 미워하고 싶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늦은 밤에 걸려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진동이 울리면 전화기에서 탕, 소리가 나는 것만 같다. 나는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화난 아버지를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 한 번도 미워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아버지를 마냥 좋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