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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미리 Sep 06. 2023

어른의 몸뚱이로 간 롯데월드는

feat. 야순이들

8월 말, 한창 여름이던 그날에 친구와 함께 롯데월드에 갔다.

오랜만에 가는 놀이동산이라 그런지, 아이도 아니면서 나도 모르게 설레는 전날 밤을 보내고 말았다.(그러다 늦잠 자서 식겁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무사히 세잎!)


사전에 이야기를 나눌 때 친구와 서로 가장 타고 싶은 놀이기구가 무엇인지, 어떤 루트를 세워서 놀이기구를 탈 것인지 등 계획을 세우다 보니 놀이기구 이외에도 즐길(?) 만한 우리만의 작은 이벤트를 추가하기로 했다.


바로...... 야구 유니폼을 입고 롯데월드를 찢어지게 즐기는 것




친구와 나는 흔히 말하는 야빠(야구 빠순이?)이다.

나는 LG 트윈스를, 친구는 KIA 타이거즈를 응원한다. 야구장에 갈 때 유니폼을 처음부터 입고 가는 것? 이제는 부끄럽지 않다. 그러나 목적지가 야구장이 아닌 곳에서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 이건 다른 얘기다.


친구는 유니폼이 피부인 사람인 마냥 자연스럽게 입었지만, 나에겐 허들이 약간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월드에서 특별한 착장이라 하면 대부분 생각해도 교복이지 않은가. 유니폼... 입은 사람은 있다고는 들었지만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기에 더 망설여졌다. 

mlb 유니폼은 어느 정도 블록코어 룩으로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정착한 듯 하지만 국내 리그 유니폼에는 누구나 알법한 상호명(LG, KIA, 두산, SSG 등)이 자기주장 강하게 박혀있으며 심지어 등딱지에는 한국어로 선수 이름 석자가 아름답게 박혀있다. 


극 I에게... 이건 모험이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입고 돌아다니는 친구의 모습의 용기를 얻어 입고 다니다 보니, 막연히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아? 뭐 때문에 수치스러워했더라- 그 이유도 까먹고 그냥 탕후루, 아이스크림, 떡볶이, 사진 찰칵찰칵, 놀이기구 알차게 즐기는 사람. 근본적으로 원하던 '놀이동산 찢어지게 즐기는 사람'이 되어있던 것이다.


낮에는 포토존에 사람이 별로 없다. 이게 꿀팁인가 싶지만 아무튼 말하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우리 모습을 보고 '야구 유니폼을 입으셨네. 왜 입으셨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특별한 날이니까 입었나 보다.', '많이 좋아하시나 보다.' 정도에서 그쳤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고.


그러니 앞으로 당당히 표현하며, 즐기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100%를 즐길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그 이상의 150%, 200%를 즐길 수 있는지를 더 고민해 보면서 말이다.

물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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