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_세탁소 아저씨의 취미

공무원 남편을 둔 전업주부들의 소소한 수다

by 쓰는수 이지수

문을 열었다. 연우가 퇴근을 했다. 그가 구두를 벗고 한쪽발을 거실에 올려놓자 지수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듯 입을 뗐다.

"세탁소 아저씨 말이야!"

"응?"


연우는 그새 세탁소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긴장과 궁금함을 담은 표정으로 지수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 연우와 세탁소 아저씨는 껄끄러운 일이 있었다. 연우의 양복바지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물품 보관증 이라든지 영수증 같은 것은 없다. 그 세탁소는 믿음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고 그게 싫으면 세탁물을 맡기지 않으면 된다. 세탁비는 다른 세탁체인점보다 훨씬 비쌌다.


그 세탁소를 이용하는 것은 지수가 누리는 아주 소소한 사치 중 하나였다. 아저씨가 "세탁~ 세에탁~ 세에탁이요~" 하는 소리가 1층부터 울리면 그녀는 문 앞에서 대기를 했다.

띵동

아저씨가 깨끗하게 세탁해서 가져온 것을 받고 준비해 둔 양복을 아저씨에게 건네준다.

'이렇게 편한걸 나보고 포기하라고?'


그 세탁소가 아니면 지수는 잡다한 집안일에 <세탁소에 가서 세탁물 맡기고 다시 그곳에 가서 찾기 업무>를 추가해야 한다.


깔끔 떠는 연우도 세탁물이 손상 없이 잘 세탁이 되어 돌아오는 것에 만족했다.




"바지가 없어져서요."

"저희 가게에는 없는데요. 다 찾아봤어요."

"지난번에도 제가 가서 찾았잖아요."

연우와 세탁소 아저씨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지수는 현관에서는 보이지 않는 거실 소파에 앉아 일일 연속극을 보고 있었다.


진짜 그랬다. 한 번은 아저씨는 엉뚱한 바지를 가져다줘서 확인도 안 한 채 옷걸이에 걸어놓은 것을 입을 뻔했다

"아니 이거 내 것이 아니잖아! 브랜드는 어디 거야? 좋은 것도 아니네?"


이런 실수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지수는 생각했다. 지수는 그 사라졌다는 바지를 맡긴 적은 있는지, 찾아왔는데 어디에 처박아 두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 작은 집에서도 뭐가 없어지면 찾을 수가 없다.


차라리 저 사람이 억지를 부리는 것이길 바랐다. 영수증 따위는 주고받지 않으니 세탁물을 맡길 때 녹음을 해둘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은 살짝 남았다.


확실한 것은 세탁소 아저씨가 그 바지를 어떻게 했을 거라는 일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세탁물을 맡기러 그곳에 들렀을 때 아저씨가 무슨 대화 중에 지수에게 이런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브랜드는 고급도 아니고, 밖에 걸어놔도 훔쳐가지도 않아요."



ㅡ 지난번에 제가 세탁소 가서 옷걸이 다 뒤져서 바지 찾아왔잖아요.

ㅡ 그렇게 합리화시키면 장사 못해요!

문이 쿵 닫히고 투박한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그 이후로 세탁소 아저씨와 연우는 일명 '쌩까는' 사이가 되었다.


"자기야. 난 세탁소 아저씨랑 사이가 나빠질 생각이 없어. 그 세탁소를 계속 이용할 거거든"


세탁소 아저씨가 연우를 쌩까고 지나치는 일이 발생하면서 지수는 그 아저씨에게 더 깍듯하게 인사했다.




"세탁소 아저씨가 왜?"

" 그 아저씨! 세탁소 취미로 운영하는 거네!"

" 취미?"

"오늘 아침에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데 집 앞에 엄청 좋은 차가 서있는 거야. 그 차에서 누가 내렸는지 알아?"


번쩍번쩍한 고급 외제차에서 그 빛나는 두피의 아저씨는 차문을 열고 지수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마치 지수가 나오기를 기다린 것처럼 딱 맞춰서 그녀를 맞았다. 근사한 차에 조금 쫄았지만 그녀는 안 그런 척을 했다. 지수에게 인사를 건넨 아저씨는 차를 그곳에 주차하고 길 건너 공무원 연금매장이 있는 상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목표한 일을 제대로 마무리한 것처럼 그 발걸음은 가벼웠다.


"현금 따박따박 받아, 영수증 처리도 안 해. 세금을 제대로 내겠어? 그러니 돈을 얼마나 잘 벌겠어?"

연우는 와이셔츠 단추를 풀며 대꾸했다.

"근데 그 아저씨 멀쩡한 상가 주차장 놔두고 왜 남의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거야?"

지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저녁상을 차리러 부엌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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