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남편을 둔 전업주부들의 소소한 수다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기능을 열어 작은 네모칸에 바깥세상을 맞춰 넣었다. 갈색의 녹슨 새시가 화면에 담기지 않도록 살짝 옆으로 몸을 틀고 버튼을 늘렸다.
오후가 되어서 지수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문을 열었다.
매끈하지 않은, 시멘트만 바르고 적당히 평평하게 다듬어 꼭 일부러 그것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려고 한 듯 ㅡ음식으로 치면 본연의 맛을 살린다고나 할까ㅡ 한 계단은 언제나 깨끗했다. 그 거친 질감을 자랑하는 계단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자 세수는 열심히 하고 비싼 돈이 드는 더 이상의 사치는 부리지 않았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이곳 주민들은 '재건축이 임박했다'라고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웬만한 돈 드는 수리는 하지 않는 것을 경제적 차원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녀는 1층 현관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가다가 맨 아랫 계단에서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뒤를 돌아다보았다. 첫 번째 계단의 한쪽이 깨어져서 이가 나가 있었다. 벌써 한참 전부터 조금씩 이가 나가더니 부서져 떨어져 나간 부분이 꽤 커져있었다.
"어머나, 애들아 여기 계단 내려올 때 조심해라. 넘어지겠다."
그녀는 한 손으로 치마 아래쪽을 툭툭 털었다. 두 아이의 손을 붙잡고 장터가 서는 아파트 중앙 도로로 갔다.
ㅡ 오늘 아파트에 장이 서니까 저녁은 거기서 같이 먹어요. 저녁 안 할 거예요.ㅡ
지수는 미리 남편에게 연락해 놓고 모처럼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장난감이나 물고기에 심취해 있는 동안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메뉴를 고르느라 입에 침이 고였다. 평상시에는 술을 안 마시지만 이런 날에는 파전, 통돼지 구이, 맥주를 마시면 육아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릴 수 있었다.
"엄마!"
지수는 바싹한 돼지 껍질을 입에 넣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돼지 껍질에서 배어 나온 돼지기름이 그녀의 치마 위로 뚝 한 방울 떨어졌다. 유모차에 앉아 있던 작은 아이가 손을 죽 뻗어 고기를 더 달라고 시늉했다. 연우는 못하는 술을 한잔 마시고 얼굴이 벌게져서 큰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 장터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음식 중 하나는 단연 바싹하게 구운 돼지 껍질이었다. 술 좀 좋아한다는 사람들은 내 집 마당에 오랜만에 생긴 포장마차에서 편안하게 한잔을 기울였다.
사실 지수의 친정은 한 동 짜리 아파트여서 그런 곳에는 타산이 맞지도 않는 장터가 들어설 리가 만무하였고 아파트에도 이런 장터가 선다는 것을 결혼하고 알았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이렇게 바싹한 비스킷 같은 돼지껍질은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것이었다.
"이것 좀 먹어봐. 엄청 바싹해. 이게 저녁이야."
지수는 한 손으로 아이의 팔을 붙잡고 돼지고기를 후후 불어서 아이에게 먹였다.
"나 소라게 살래! 소라게 사줘!"
큰 아이는 음식을 입에 넣은 채 소라게 노래를 불렀다.
며칠 전 전집을 보다가 곤충과 관련된 책을 봤더랬다. 아이는 그중에서도 소라게가 예쁘다고 했다. 그것을 키우기 위해 채집통과 바닥에 깔아 놓을 바닥재 및 소라게용 밥그릇 등 잡다하게 살 것이 많았다. 그것의 먹이는 냉장고에 있는 야채 중 적당한 것을 주면 되었다.
소라게가 담김 채집통은 자그마한 현관 옆에 세워둔 간이 신발장 위에 두었다. 그것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야채를 주고 먹이를 먹는 모습이 신기해서 그녀와 아이들은 멍하게 구경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지수는 놀라서 소리를 쳤다.
"으악! 징그러워!."
소라게는 껍데기 밖으로 온몸을 끌어내놓고 죽어있었다.
"으흐 끔찍해, 백과사전에서는 왜 이런 건 안 알려줬던 거야?"
아이는 소라게가 죽을 때 어떻게 죽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묻어야 되냐고 물었다.
"묻긴 뭘 묻어. 밖에 비도 오는데. 냄새나기 전에 치워버려야겠다."
지수는 부엌으로 가서 서랍을 열었다. 무슨 중국집이라고 쓰여있는 나무젓가락 중에 가장 오래돼 보이는 것으로 하나 집어 들었다.
"통을 좀 씻어야겠다."
그녀는 나무젓가락을 툭 떼어내어 소라게를 집었다. 얼굴이 찌푸려졌다.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날 듯 그것을 꾹 쥐고는 작은방 창쪽으로 조심스레 걸었다.
창가까지 도달한 것을 안심하고 한 발을 의자에 다른 한 발을 책상에 살짝 디뎠다. 창문을 열었다. 얼마전까지 풍성하던 벚꽃은 빗물에 씻겨 내려간지 오래였다.
무심하게 그것을 창 밖으로 툭 던졌다.
"야, 너도 임대아파트였냐? 기간이 다 되었다고 집에서 나오긴 왜 기어 나오냐? 징그러워라."
지수는 창문을 닫고 조심스럽게 책상에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