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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수 Oct 25. 2023

짝퉁 진돗개

개장수가 죽었다 _ 2

<입양 공고> 

개를 키우실 분을 찾습니다. 

1. 이름 :  ㅇㅇㅇ

2. 나이 : 10살 수컷 

3. 성격 : 온순함

4. 월 30만 원 지원. 



 그 개주인의 sns에 올라와 있는 개 입양 공고를 보고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한숨이 쏟아졌다.' 아니! 왜 돈을 준다고 해?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모르고?' 댓글에는 개의 거취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구독자들의 걱정 어린 메시지들이 하나둘 올라갔다. 


 


 


 전국의 많은 개들은 88 서울 올림픽을 맞아 귀한 목숨을 겨우 건진 터였다. 옆집 대문 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저 크고 사납던 개가 이 아저씨 앞에서는 벌벌 긴다니까요! 호호호! 가끔은 개를 더 편하게 데려오려고 빵에 수면제를 묻혀서 먹이니까 훨씬 더 수월하대요. 어쨌든 개가 커야 먹을 게 있으니까 큰 개를 옮겨야 하잖아요. 개들도 어쩜 그렇게 사람을 알아보는지 참 신기하지요."


 복부인같이 생긴 아주머니는 시뻘건 입술을 실룩거리며 연신 떠들어댔다. 방금 전까지 피 비린내 나는 개고기를 날로 뜯어먹고 온 것 같은 그 위협적인 입술의 움직임에 내 눈은 나도 모르게 가늘게 사그라들었다. 개장수는 좋은 물건을 공수해 온 장사꾼처럼 그 옆에 서서 점잖은 미소를 띠며 담배만 피워댔다. 그 온화한 미소는 개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는 나는 모르겠다. 끔찍한 시련이 개에게 닥쳤을 때 그 개는 그 시련을 견디고자 노력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조금 봐줄 것도 같은 그런 미소였다. 



 개장수는 어느 사나운 개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 개장수의 행실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그 기새로 소도 거뜬히 때려잡았을 인물로 판단되지만 아마도 소 잡는 일은 합법으로 나라에서 안전하게 처리하는 일이어서 저 개장수는 그 많은 동물 중에 개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관련 법이 없거나 불법이거나 하는 일은 훨씬 큰돈을 벌게 해 주었다. 그것은 세상의 검은 이치였다. 개를 잡는 것은 불법도 아니었고 동물 학대라는 단어도 생소할 때였다. 동물 앞에 반려라는 글자를 붙인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시절이었다. 



 알아서 꼬리를 내리고 낑낑거리는 개에게 저 개장수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였다. 개장수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져 발로 비벼 끄더니 잠이 들깨서 눈이 게슴츠레한 새까맣고 커다란 개 두 마리를 철창 안에 던져 넣었다. 보통 체격의 유치원생 아이보다도 더 큰 개 두 마리가 들어간 철창은 꽉 찼다. 나는 아직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답게 그 개의 운명이 어찌 될지 정확히는 알지 몰랐다. 그저 그 집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것은 예측했지만 그 과정이 지옥불보다도 더 참혹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개들은 그곳에서 생에 마지막 밤을 보내야 했다. 





- 근데 왜 입양을 보내려고 하는 겁니까? 더 이상은 키우실 여건이 되질 않는 건가요?

- 돈을 준다고 하셨는데 조심하세요! 돈만 받고 개를 나 몰라라 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안전하게 입양할 사람을 구해보셨으면 합니다. 세상이 험합니다. ㅜㅜ

- 개가 늙어서 이제는 버리려고 하는 건가요? 

- 10년이나 키우셨으면 정이 깊을 텐데 신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만약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면접 신중하게 보세요. 아직도 이상한 사람들 많습니다. 

 

 

 개는 진돗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진돗개의 덩치보다 우람하고 머리통은 사람 어른 머리보다도 더 컸다. 주인은 그 개가 진돗개 믹스라는 것을 강조했다. 어떤 구독자는 개가 진돗개라는 이름 다음에 '믹스'라는 진짜 이름이 따라붙어서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실제로 그 믹스라는 짧은 단어 때문에 개들의 운명은 천 것과 귀족으로 갈리었다. 그 개가 짝퉁이 아닌 진짜 진돗개였다면 저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지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아서 사람들이 미소를 띠고 귀한 것을 먹이고 추울 때는 따뜻한 곳에, 더울 때는 시원한 곳에 머물도록 해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귀족을 해한 사람은 더 엄한 처벌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저녁이 되면 봄바람이 꽤 쌀쌀했다. 나는 짝퉁 진돗개라는 그 개의 근황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열어 개주인이 올린 영상을 찾았다. 눈부신 햇살 아래에 개는 곤히 자고 있었다. 사각기둥 모양으로 생긴 구조물 옆에 딱 붙어 자는 개의 모습은 내 가슴을 짠하게 했다. 개 주인은 그 사각기둥이 굴뚝과 연결되는 아니 정확히는 굴뚝이어서 벽면이 따뜻하다고 했다. 개는 쌀쌀한 바람을 피해 따뜻한 굴뚝을 찾아 몸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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