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정식구들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돼지 갈빗집에 예약을 하고 시간 맞춰 가족들이 모였다. 어릴 적 동네 근처에 살고 계신 부모님은 예전 이웃들의 근황을 나에게 전해 주곤 하셨다. 한참 식사를 하시던 엄마가 새로운 근황을 말씀하셨다.
"얘! 개장수 죽었단다."
그 맛난 고기를 먹으면서 들을만한 소재는 아니었다. 물론 그분의 사망 소식이 굳이 전화를 해서 가족들에게 알려줄 만한 것도 아니었다. 밥맛이 떨어질 만도 한데 나는 귀가 솔깃해졌다. 개장수가? 그 개장수 아저씨가?
"엉? 언제? 왜?" 한 마디씩 할 적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엄마는 뻔한 질문이라는 듯
"나이가 많잖아. 80이 넘었는데!"
그러면서 주먹만 하게 싼 고기쌈을 입안 가득 담으신다.
개장수네는 툭하면 우리 집 식탁에 올랐다. 수년 전 다른 갈빗집에서도 엄마가 말씀하셨다.
"얘, 지수야! 개장수 아줌마 병원에 누워있단다."
그때도 나는 응? 왜? 하면서 톤을 높였다.
개장수의 이름은 개장수였다. 집집마다 아이가 있어서 대부분의 어른들은 누구 엄마, 혹은 누구 아빠로 불렸지만 자식이 넷이나 되고 막내아들의 이름은 교과서에 나오는 흔하디 흔한 한국 남자아이의 이름인데도 그 집만은 아저씨는 개장수, 아주머니는 개장수 아줌마라고 사람들은 불렀다. 그리고 그 집은 개사고팔고집으로 이름을 날렸다.
운 나쁘게도 개장수는 우리 옆집에 살았다. 어느 집이 먼저 그곳에 살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주말 무언가를 그슬리는 역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고 구역질이 날 것 같은 울렁거림으로 겨우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엄마에게 '엄마, 이거 뭔 냄새야' 하면 엄마는 시큰둥하게 '옆집에 개털 그슬리나 보지.' 하셨다. 복불복 게임에 당첨이 된 것처럼 나는 그 집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고 종종 30여 년도 훨씬 더 지난 그날의 기억들을 쓸데없이 끄집어내서 스스로 기분을 더럽혔다.
오랜만에 개장수를 기억에서 떠올린 건 어떤 특별한 개의 삶을 SNS에서 보게 된 이후였다. 꽤나 특이한 환경에서 지내며 노년기에 접어든 그 개를 우연히 발견한 뒤로 나는 아침마다 스마트폰을 켜고 댓글을 올리며 그 개를 보는 재미로 하루를 시작했다.
ㅇㅇ이 오늘도 화이팅!
개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개의 주인과 인척관계는 아니지만 새롭게 등장한 그 SNS의 주인은 개의 삼촌임을 자처했고 덕분에 개는 제2의 견생을 지내는 듯 보였다.
어느 날 내 눈을 즐겁게 해 주던 그 SNS에 충격적인 메시지가 올라왔다. 개의 입양 공고가 게시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