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설레는 오늘
잠은 포기하기로 했다. 다음 생에 푹 자는 걸로.
영어도 포기하기로 했다. 다음 생에 원어민 발음으로.
게임? 할 줄 모른다. 배우지 않기로 했다.
술? 그 좋아하던 술? 딱 끊었다.
친구라면 환장했다.
좋은 친구도 많고, 뒷통수 친 녀석도 적지 않다.
쓸데없는 만남, 갖지 않기로 했다.
나는, 인생에서 꽤 많은 것을 포기했다.
모든 것을 가지려 애쓰며 살았던 나는,
그래서 꽤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었던 나는,
단 한 번의 실패로 전부를 잃었다.
돈도, 명예도, 사람도, 인생도......
오지게 힘들었다.
나는 전과자가 되었고,
파산했으며,
알코올중독자가 되었고,
막노동을 하면서 살았다.
모든 것을 가지고 싶었지만,
일당 9만원으로
다섯 식구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수백 개를 품어도 만족할 수 없었던 내가,
어쩌다가 일당 10만원을 받으면 행복했다.
쓰고 읽고 강연하며 살아간다.
삶이 달라졌다.
더 가지려 할 때 모든 것을 잃었고,
다 내려놓은 후 전부를 얻었다.
내가 무슨 도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수행자도 아닌데,
뭘 그리 내려놓았냐고.
가끔 스스로에게 물을 때가 있다.
첫째, 오늘이라는 시간을
내가 받은 최고의 기회라 여긴다.
그래서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둘째, 쓰고 읽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는다.
오면 반기고 가면 그 뿐이다.
셋째, 허공에 동동 떠다니지 않고
땅에다 두 발 딛고 살아간다.
꿈도 좋고 목표도 근사하지만,
오늘을 개판으로 살면 몽땅 헛일이다.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목표와 계획, 도전 앞에
설렘 가득하다.
다 할 수 있을까?
전부 이룰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목표와 계획, 도전이라는 허울 때문에
매년 꿈만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년과 똑같은 한 해를 살기로 했다.
지난 일 년 동안
더할 수 없이 살아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탓에
'한 걸음씩 차근차근'이라는 말을
잊은 듯하다.
새해에는
더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기를,
그럴 수 있는 용기 갖게 되길,
기꺼이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