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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07. 2023

숲을 보는 눈

온라인 책쓰기 수업 후기


책을 쓰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눈을 가져야 합니다. 숲을 보는 눈과 나무를 보는 눈. 먼저, 어떤 주제를 어떤 식으로 펼쳐낼 것인가 하는 기획 단계에서는 숲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하고요. 기획 마치고 집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그 날 집필하는 한 꼭지, 나무에만 몰입해야 합니다. 그러고나서, 퇴고할 때는 다시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 작가의 경우, 숲과 나무를 거꾸로 보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당장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고, 집필 단계에서 자꾸만 전체 퍼즐을 맞추려 합니다. 책 한 권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당장 문장 한 줄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고민과는 거리가 멉니다. 한 꼭지를 집필할 때는 책 전체 맥락과 연결짓기가 참으로 힘들고요. 


순서와 단계에 따라 숲과 나무를 번갈아 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열심히 집필하고 있는 작가에게 책 주제가 뭐냐고 물으면 대답이 길어집니다. 주제와 제목과 목차 등 기획만 한참 붙잡고 있는 사람은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숲과 나무를 보는 순서와 단계를 제대로 밟지 못한 탓입니다. 


수요일 밤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56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수업 122기, 1주차" 함께 했습니다. 1주차 수업인만큼 '숲을 보는 눈'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크게 나누면, 주제를 정하고 제목과 목차를 기획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초보 작가가 처음으로 책을 쓸 때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애 첫 책을 쓰는 사람은 아무래도 '대단한 주제'를 정하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감출 수 없습니다. 뭔가 독자들에게 임팩트 있고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하면서도 날카로운 주제를 정하고 싶어 하지요. 문제는,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이들이 그런 주제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대단한 주제'보다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주제'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들과 카페에 앉아 세 시간쯤 쉬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 오랫동안 몸 담았던 일에 관한 내용. 혹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 일. 얼핏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처럼 느껴지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나와 다르지 않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호감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살다 보면 시련과 고난을 마주하게 됩니다. 공부하기 힘들다, 애 키우기 어렵다, 인간관계 쉽지 않다, 기분이 울적하다, 속상한 일 생겼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고 가는 감정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누구나 책 한 권 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대부분 사람이 자신의 감정에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쓸 만한 게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 많은데요. 하루살이도 책 쓴다 하지요. 수십 년 살아온 우리 인생에서 쓸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다만, 머릿속 원숭이가 "고작 그런 걸 책으로 써서 어쩌겠다는 거야?"라고 쉴 새 없이 지껄이는 통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가 보다 착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치 처음 보는 듯한 느낌으로 남편이나 아내 얼굴만 쳐다봐도 쓸거리가 나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자녀의 표정만 유심히 살펴도 한 편의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베란다 창문을 열었을 때 훅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을 조금만 관심 갖고 붙잡으면 얼마든지 좋은 글을 쓸 수가 있지요. 중요한 것은 관심입니다. 관심을 가지면 보이고 들리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그저, 보이고 들리고 느끼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적기만 하면 됩니다. 


어떤 주제를 정해야 하는가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주제든 쓸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좋은 글을 쓸 수가 있는 것이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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