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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11. 2023

나는 그의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다

책 읽는 사람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학식이 풍부합니다. 말을 해도 깊이가 다르고, 글을 써도 문장력이 뛰어납니다. 말과 글에 논리가 정연하고 전체를 보는 통찰력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안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같은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여러 책에서 읽은 다양한 주장과 논거가 바탕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아집이나 억지가 없습니다. 


일요일 밤 8시부터 두 시간 동안 46명 작가님들과 제 44회 서평 쓰는 독서모임 "천무" 함께 했습니다. 이번 지정도서는 이현우 작가의 <책에 빠져 죽지 않기>였습니다. 다독가이자 서평가이면서 작가, 강연가 및 칼럼니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입니다. 책 속에 담긴 그의 지식과 혜안과 논리와 통찰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가 이현우 작가와 마주앉아 대화를 한다면? 그 장면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습니다. 아마도 저는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채 그의 말을 경청하며 연신 머리를 끄덕이고 있겠지요. 어쩌면 감히 중간에 말을 끊고 제 의견을 얹는 일은 상상조차 못할지도 모릅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지식 자랑을 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흘러넘쳐 아우라를 펼치기 때문에 굳이 자랑질을 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죠. 책을 한두 권 읽은 사람은 얕은 지식을 어떻게든 뽐내려고 안달합니다. 반면, 많은 책을 깊이 있게 읽은 독서가는 입이 무겁고 행동은 진중하며 자신의 삶으로 지적 수준을 보여줄 뿐이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그들을 존경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싣게 되는 것이죠. 같은 말이라도 책 읽은 사람이 하는 말에 더 무게를 두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책을 읽는 사람은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책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와 출판사가 공들여 다듬은 덕분에 문법에 어긋나는 문장이 거의 없습니다. 읽고 읽고 또 읽으면, 문장의 구조와 어순과 문맥이 무의식에 자리잡게 됩니다. 말을 할 때도 논리가 확실하고, 글을 쓸 때도 횡설수설 없습니다. 독서량이 곧 말하기와 글쓰기 수준을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나름 책을 좀 읽는다고 자부하는 편입니다. 허나, 이렇게 무서울 정도로 책 읽는 사람 만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됩니다. 자극 받습니다. 동기도 부여받습니다. 더 치열하게, 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작가입니다. 글 쓰는 삶을 선택했고 부지런히 씁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내 안에 가득 차 있는 지식과 경험을 텍스트로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만약 내 안에 든 것이 별로 없거나, 있어도 그 수준이 얕다면, 당연히 글도 허술할 수밖에 없을 테지요. 내가 작가의 삶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족쇄를 스스로 채운 셈입니다. 스스로 채운 그 족쇄가 오히려 제 삶을 훨씬 자유롭고 평온하게 만들어주니, '족쇄'라는 단어의 어감과는 사뭇 다른 인생을 누리게 되는 것이죠. 


평생 책 한 권 손에 잡아 본 적 없었습니다. 사업 실패 후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모든 답에 책 속에 선명하게 들어 있는데도, 저는 그 모든 혜안을 무시한 채 오직 돈만 쫓으며 살았으니 얼마나 한심했겠습니까. 마흔 넘어 책을 만났지만, 남은 인생에서 책 놓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강렬한 자극이 일상이 된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차분하게 앉아 문자와 문장을 읽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다 무너진 제 삶을 다시 일으킨 것이 독서인 만큼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책부터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지금 삶이 제법 편안하고 살 만하다 싶은 사람도 독서해야 합니다. 아니, 오히려 괜찮다 싶은 이들이 더 열심히 책 읽어야 합니다. 파도는 항상 오고 갑니다. 앞으로 인생에서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릅니다. 무너지고 나면 책 읽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평온하다 싶을 때 치열하게 읽어둬야 고난이 닥쳤을 때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이죠. 


책 사는 사람은 많은데 책 읽는 사람은 드뭅니다. 책으로 탑을 쌓는 사람은 많은데 한 권의 책을 깊이 있게 읽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책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은 많은데, 그 책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올리는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독서는 '보여주기 위한' 행위가 아닙니다. 내 안을 채우고 흘러넘쳐 자연스럽게 광채가 나는 과정입니다. 


독서 초보가라면, 많이 읽는 것도 무리입니다. 완독도 어렵습니다. 읽은 내용 다 기억하는 것도 힘듭니다. 읽는 속도도 느립니다. 이런 저런 불편함과 서툰 점 다 무시하고, 그냥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으면 됩니다. 책을 읽는 순간, 독서 과정에 문제가 되는 점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홍길동전과 장화홍련전의 결말조차 제대로 몰랐던 제가, 지금은 독서법 강의도 하고 관련 책도 출간했습니다. 특별한 비법으로 책을 읽은 게 아닙니다. 한 줄이라도 읽지 않는 날 없도록 하겠다는 결심과 실천뿐이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책을 읽고 인생 바꾸었으니 누구라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죠.


지금은 책을 읽어야 할 시대입니다. 지금만큼 독서가 중요한 때는 없었습니다. 어떤 문제와 고민을 갖고 있든, 얼마나 큰 시련과 고난을 겪고 있든, 책 속에 모든 답이 있습니다. 취미로, 재미로 읽어도 되는 세상이 아닙니다. 죽기살기로 책을 파고들어야 할 때입니다. 독서가 삶이 되어야 합니다. 


쉽게 상처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불평 불만도 많았고요. 욱하는 성질 때문에 사고도 많이 쳤습니다. 인간관계 고민도 수없이 했습니다. 가난도 아주 치가 떨렸고요. 그랬던 제가, 책 읽고 글 쓰면서 바뀌었습니다. 변화와 성장의 핵심에 책이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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