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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12. 2023

자아인식의 한계, 그래서 격려가 필요하다

너무 뜨겁다


"열심히 써야지! 반드시 책을 낼 거야!"

작가의 꿈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각오를 해 보았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심장이 쿵쾅거리고 힘이 불끈 솟습니다. 엔돌핀이 마구 분출되고 피곤함도 사라집니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마치 위대한 작가라도 된 것처럼 키보드를 두드리곤 하지요. 


문제는, 이런 뜨거운 마음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며칠만 지나면 회의에 빠집니다. 언제 다 쓰냐. 이렇게 써가지고 책이 될 수나 있을까.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것 같고. 역시 작가는 타고난 재능을 조금은 갖춘 사람이나 되는 건가 봐. 스스로 비관하는 마음이 스물거리며 올라옵니다. 


정신도 무너지지만 몸에도 이상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평소에는 없던 편두통이 생기기도 하고, 허리가 삐걱거리기도 하고, 집중력도 흐트러지고, 어깨도 결립니다. 주변 상황도 받쳐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보채고, 집안일도 갑자기 많아지고, 여기저기 전화도 옵니다. 


글을 쓰겠다는 각오를 굳게 다지지만, 얼마 가지 못해 무너지는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모두 '자기인식의 한계' 때문입니다. 자기 인식의 한계란, 아무리 멋진 목표와 계획을 세워도 어느 순간 '내가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라는 회의에 빠지는 상태를 말하는 거죠. 


지난 8년간 작가의 꿈을 간직한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요. 공통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 열정을 지나칠 정도로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의지도 한계가 있고, 열정도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 다음엔 대책만 세우면 됩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스스로 비하하고 비난하면서 '난 의지가 약해!'라고 한숨을 짓습니다. 


의지 문제가 아닙니다. 자아인식의 한계라는 심리적 현상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괜한 자기 비난으로 자신감 자존감에 상처 입히지 말고, 냉철하게 대안을 찾아 극복해야 합니다. 


첫째, 지속적인 격려를 받아야 합니다. 멘토를 두는 것도 방법이고, 관련 영상이나 책을 읽는 것도 좋고, 강의를 듣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혼자 힘으로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어떤 방법으로든 주변의 격려를 받는 것이 도움됩니다. 


둘째, 나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필요합니다. 단지 글을 쓰지 못할 뿐이고, 단지 새벽에 일어나지 못할 뿐이고, 단지 어떤 일을 지속하지 못할 뿐입니다. 수백 가지 인간의 모습 중에서 극히 일부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지요.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멀쩡한 자신을 문제아로 몰아붙이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습니다. 


셋째, 목표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명해야 합니다. 구체적이여야 합니다. 목표를 달성한 자신을 떠올릴 때마다 몸에 소름이 돋아야 합니다. 목표가 선명한데도 심장이 떨리지 않는다면,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표야말로 우리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넷째, 거창한 계획보다는 매일 실천 가능한 전략을 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경험 부족한 초보 작가가 막무가내로 하루 한 편 글쓰기라고 목표 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다섯 줄도 좋고 열 줄도 좋지요. 중요한 것은 '매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섯째, 자신에게 시간을 허락해야 합니다. 조급한 마음은 일을 망칩니다. 어떤 분야든 조바심과 초조함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여유를 갖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자신을 기특하고 대견하게 여기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뜨겁다는 말은 곧 식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좋아서 방방 뛴다는 말은 금방 실망하고 허탈해 한다는 뜻이지요. 묵묵히 나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이 고요해야 합니다. 좋아도 씨익 웃고 나빠도 씨익 웃을 수 있는 평정이야말로 무슨 일이든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가장 큰 힘입니다. 


이제 곧 새해를 맞이합니다. 벌써부터 뜨거워지는 사람 많습니다. 불안합니다. 오래 가지 못하고 또 금방 식어버릴 테니까요. 끓어넘치면 안 됩니다. 차분하게 내년을 한 번 그려 보는 것이지요. 지난 한 햬 동안 아쉬웠던 점을 적어 보고, 새해 달라지고 싶은 내용 몇 가지 써 봅니다. 


난리치지 말고 우직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속 차리는 게 현명하지요. SNS에 다른 사람들 목표와 계획 세우는 것 보면서 안달하지 말고, 그냥 내 갈 길 가면 됩니다. 쓰지도 않을 다이어리 비싸게 구입하지 말고, 차라리 쓰다 남은 연습장 뒤에다가 꿈을 그려 보는 게 훨씬 낫습니다. 


힘 빠지면 격려해주세요. 외부 자극도 받고, 셀프 독려도 필요합니다. 잘하고 있잖아요! 잘하다 해야지요! 사는 게 가장 힘든데, 지금껏 살아왔으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뭘 해도 잘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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