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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12. 2023

책쓰기 자격증 발급 받으셨나요?

장롱 작가가 되지 않도록


책을 출간하고 나면 작가 자격이 생기는 걸까요? 그렇다면, 책을 출간하기 전까지는 자격도 없는 상태로 글을 쓴다는 말이 되겠지요. 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작가 자격은 언제 어떻게 취득하는 걸까요? 수많은 이들에게 글 쓰기를 권했는데요. "저는 글을 쓰거나 책을 출간할 자격이 없는 것 같아요."라는 답변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의 뜻은 이러합니다. 지금껏 살면서 뭔가 대단한 걸 이루었거나, 엄청난 스토리를 가지고 있거나, 성공했거나, 부자가 되었거나, 번쩍번쩍하는 인생 경험을 가진 사람만이 글을 쓰고 책을 낼 만한다는 뜻이지요. 


쓸거리가 있어야 쓸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엄청난 쓸거리'가 있어야만 쓸 수 있다는 말에는 공감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게 마련입니다. 초등학교 때 사랑의 열병을 앓은 사람도 있고, 중학교 때 부모가 이혼한 사람도 있고, 지나칠 정도로 내향적인 성격이라 웅크리고 살아온 사람도 있습니다. 인생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 이미 보석입니다. 오지 하나뿐인 이야기! 그래서 가치 있는 것이죠. 


재능과 소질을 넘어 자격까지 운운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글쓰기/책쓰기에 자격이 필요했다면, 저는 지금껏 단 한 권의 책도 출간하지 못했어야 마땅합니다. 아니, 아예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했어야 타당하겠지요. 


오래 전에는 작가가 되기 위해 등단이라는 관문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일종의 시험이죠. 시험을 치른 후에 통과한 사람만 책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아닙니다.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아직도 상투를 틀고 다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대에 뒤처진 어리석은 사고방식입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습니다. 그 바탕에는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가 스며 있고요. 세계적인 위대한 거장들의 이야기에만 배울 점이 있는 건 아니지요. 우리 이웃의 살아 있는 이야기에서 더 많은 걸 깨닫고 본받을 수 있습니다. 세상은,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굳이 자격을 논한다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내기 위한 자격은 오직 "쓰고자 하는 마음"이 전부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과 일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하필이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뜻이죠. 일종의 '글내림'을 받은 셈입니다. 이 마음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신내림 받은 사람이 회피하고 도망가면 몸이 아프고 병이 듭니다. 글내림도 똑같습니다. 외면해 봐야 결국은 쓰게 됩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에게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할 자격이 생겼구나! 순응하면 됩니다. 쓰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최고의 자격증입니다. 자격증 발급 받으면 기분 좋지요? 네, 맞습니다. 기꺼운 마음으로 자신의 자격증을 품에 안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에 목마른 사람 많습니다. 잘 쓴다는 칭찬과 훌륭한 글이라는 인정. 그런 것에 연연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먼저 인정과 칭찬 받아야 할 대상은 나 자신입니다. 내가 인정하고 나부터 칭찬해야 자격증 효력이 발생합니다. 잘 쓴다는 개념에 얽매이지 말고,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에 행복하기만 하면 충분합니다. 


예전에 몇몇 모자란 사람들이 모여서 작가 협회를 만들고 자격을 발부하겠다는 공지를 올린 적 있습니다. 불과 한 달도 채 가지 못하고 사라졌지요. 차라리 밥 먹을 수 있는 자격증을 만드는 게 나을 뻔했습니다. 우스꽝스럽기라도 했을 테니까요. 


지나치게 자신을 내세우는 이기주의도 문제이지만, 아무 근거도 없이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국가 체제를 흔드는 것도 아니고, 도리에 어긋난 파렴치한 존재가 되자는 것도 아닙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 버티고 견디며 여기까지 살아낸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비슷한 고난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 돕자는 게 글쓰기입니다. 


자격 따위 논할 가치도 없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가집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글을 쓸 자격을 충분히 갖춘 셈입니다. 남은 것은 그저, 오늘 한 편의 글을 쓰는 것뿐입니다. 


교사는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겠다는 마음이 곧 자격이고요. 학생들은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성장하겠다는 태도를 갖는 것이 곧 자격입니다. 자격이 부족하다는 말은 자격증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올곧지 못하다는 뜻이지요. 무슨 일이든 마음이 반듯하면 더 이상 무슨 자격이 필요하겠습니까. 


작가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글. 이해하고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결책을 같이 궁리하겠다는 마음을 담는 글. 많은 사람이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만 매달린 채 어떤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은 뒤로 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다면,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춘 셈입니다. 이제 더 이상 자격이나 재능 따위 논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고요. 스스로 자격을 인정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만 있을 뿐입니다.


면허증을 취득한 후 운전을 하지 않으면 '장롱 면허'라고 하지요. 쓰고 싶은 마음으로 자격을 취득한 채 글을 쓰지 않으면 '장롱 작가'가 됩니다. 도로로 나가 마음껏 질주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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