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장이 Jan 01. 2024

나는 항상 옳은 말만 한다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사람은


글을 쓰고 싶지만 잘 써지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글을 써지는 게 아니라 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지를 갖고 써야만 하는 것이지, 술술 써지는 일이 아니라고, 글쓰기는 그런 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쓰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에게는 "시간 남아돌아 글 쓰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간 없다는 핑계는 그만 대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습니다. 


글을 너무 못 쓰는 것 같아 우울하다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처음은 엉망이다"라며, 못 쓰는 글을 계속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을 못 쓴다는 핑계 뒤에 숨지 말고, 못 쓰는 글을 많이 써야 실력이 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세 가지 상황에 대해, 저는 항상 옳은 말만 했습니다. 헤밍웨이가 와도 토론할 자신 있습니다. 맞는 말만 했는데, 타당한 이야기만 했는데, 저는 그들에게 아무런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잘 써지지 않는다는 사람도, 바빠 죽겠다는 사람도, 실력이 형편없어 고민이라는 사람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습니다. 이후로, 같은 고민을 두 번 얘기하는 사람 없었습니다. 저는 제 조언 덕분에 그들이 달라진 줄 알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고민과 문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어떻게든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인생이라 해도 지나친 말 아니지요. 때로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명상이나 사색을 통해 해결책을 찾기도 합니다. 고민과 문제는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존재 가치를 상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고민과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해결책? 노하우? 따끔한 조언? 아닙니다. 그런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사업 실패하고 모든 걸 잃었을 때, 세상 근심과 걱정을 모두 안고 살았을 때, 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었습니다. 


배우 이선균씨가 삶을 접었습니다. 사건과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었든, 또 실제 누구의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저는 그런 것들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이선균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말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들어주었더라면, 어쩌면 극단의 선택은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제가 인생 고난을 겪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힘 내라! 다 잘 될 거야! 나도 이겨냈어!" 세상 사람 다 힘드니까, 너만 힘든 거 아니니까, 세상 사람 다 이겨내고 살아가니까, 너도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는 말. 그 말들이 너무나 옳고 맞아서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지만, 어쩐지 제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옳은 말을 원했던 게 아닙니다. 저는 맞는 말을 기대했던 것이 아닙니다. 나름 대학도 졸업하고 대기업에도 다녀 봤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무엇이 맞는지는 저도 잘 알고 있었거든요.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은 그런 것들을 모르는 바보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인생 무게에 눌려 지치고 힘든 겁니다. 멀쩡한 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야말로 힘이 들어서 주저앉은 것이지요. 


힘 내라는 말을 듣고 힘을 낼 수 있었던 적 한 번도 없었으면서, 정작 저는 사람들에게 힘 내라는 말만 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기쁘다 하는 사람 있으면 같이 기뻐해주고, 힘들다 하는 사람 있으면 함께 힘들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온전히 그들의 삶이 되어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합니다. 


넘어진 사람에게 빨리 일어서라 독촉하기보다는, 가만히 그의 곁에 누워 잠시 숨을 고르고 어깨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 SNS를 통해 매일 수도 없이 쏟아지는 "뭘 어떻게 해야만 한다"는 호통을 무시하고, 세상에는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않는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세상에는 '옳은 말'이 넘쳐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옳은 말'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지요. 알면서도 잘 안 되니까, 맞는 말인 줄 알면서도 말처럼 잘 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인생이 힘든 것 아니겠습니까. 


어려운 시기를 겪고 나름 살 만하다 싶어지니까 제 경험만을 바탕으로 '옳은 말만' 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아프다는 말을 듣고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이 "아프지 마라!"고 고함 치는 사람보다 훨씬 따뜻한 존재일 테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매일 반복하는 나만의 의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