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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an 14. 2024

작가, 오늘은 누구를 도울 것인가

매일 쓰는 요령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초보 작가 발목을 잡습니다. 글을 써 본 경험도 부족하고 문장력과 문법도 잘 모르는데,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이 크다 보니 현실이 이상을 따라잡지 못하는 겁니다. 피아노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 명곡 연주할 수 없고, 운동 막 시작한 사람이 한 달만에 몸 만들 수는 없습니다. 


시간을 허락해야 합니다.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하나씩 차례대로 차근차근 밟아 나아가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시간을 허락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네, 맞습니다. 조급한 마음 내려놓자는 의미입니다. 오늘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한 편의 글을 쓰되, 평가하고 채점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자신을 인정하기 충분합니다.


순서도 지켜야 한다고 했는데요. 초보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주제? 소재? 구성? 목차? 아닙니다. 기획은 두 번째입니다. 맨 처음 해야 할 일은 '누구를 도울 것인가' 결정하는 겁니다. 


'핵심 독자', '타깃 독자', 이런 표현도 거창합니다. 그냥 오늘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을 전할 것인가 생각해 보는 것이죠. 제가 지금 이 포스팅을 작성하는 이유는, "쓰고 싶지만 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초보 작가"에게 시작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누구에게 도움을 줄 것인가 선명하게 그리면 글을 쓰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3세~5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 힘들고 지쳐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줄 겁니까?

직장에서 팀장한테 혼이 나서 풀 죽어 있는 사원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해줄 건가요?

책만 읽으면 졸음이 쏟아진다는 사람 있습니다. 당신은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겁니까?

계획만 세웠다 하면 사흘만에 실패하는 사람 있습니다. 당신은 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요?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항목이 모두 주제이자 글감입니다. 누구를 도울 것인가 명확하기 때문에 작가인 내가 해줄 수 있는 말도 분명해지는 것이죠. 대상이 없거나 희미하면 메시지도 불분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어도 메시지는 힘을 잃습니다. 단 한 사람을 돕기 위한 글을 쓰겠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면 글도 훨씬 좋아집니다. 


회사 업무로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한다면 스트레스 받겠지요? 하지만, 길을 가다 힘겨워하는 노인을 보고 짐을 대신 들어주는 건 기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무게의 짐이라도 '돕는다'는 마음으로 들면 힘이 훨씬 적게 듭니다. 마음도 가볍고요.


글도 똑같습니다. 작가 본인의 입장에서만 글을 잘 쓰고 싶다 하면 부담과 압박 느낍니다. 실제로 잘 쓰기도 힘들고요. 그러나, 독자를 돕겠다고 생각하고 메시지를 고민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글 쓸 수 있습니다. 초보 작가들 중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에 초점 맞추는 사람 많습니다. 글 쓰기가 힘든 첫 번째 이유입니다. 


상황을 설정한 후 그 사람에게 어떤 말을 전할 것인가 질문하면, 대부분 수강생이 뭐가 됐든 위로와 조언과 도움 되는 말을 합니다. 사람에게는 타인을 돕고자 하는 본성이 잠재해 있다고 믿습니다. 강의 시간에 실제로 확인한 적도 많고요. 글을 쓴다 생각지 말고, 누군가를 돕는다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다른 사람 돕는다는 것이 너무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10년 전 자신에게 쪽지 한 장 보낸다 생각하는 것도 좋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면 아쉬움 느끼게 마련입니다. 더 나은, 더 행복한 인생을 위해 과거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그것을 글로 쓰면 되는 것이죠. 지금 이 순간, 10년 전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10년째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제나 소재를 고민한 적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누구에게 무슨 말을 전해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합니다. 덕분에 오랜 시간 멈추지 않고 매일 쓸 수 있었던 겁니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면, 매일 쓸 수 있다는 사실 외에 좋은 점이 한 가지 더 있는데요. 저 스스로 하루를 의미 있고 가치롭게 만들어간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루 한 명씩만 돕는다고 쳐도 10년이면 3천 명 넘는 사람 도운 셈입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저 자신이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이 좋은 마음이 저를 계속 쓰게 만드는 것이죠. 남들은 글 쓰기가 힘들고 어렵다고 하는데, 저는 행복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매일 쓰니까 얼마나 좋겠습니까.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좋아해야 합니다. 좋아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많이 해야 합니다. 많이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요령을 알아야 하고요. "오늘은 누구를 도울 것인가"라는 생각이야말로 매일 쓰는 요령으로 최고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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