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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Feb 09. 2024

글쓰기, 감정은 순식간에 바뀌지 않는다

상황과 장면을 보여주는 글쓰기


화가 나면 순식간에 풀리지는 않습니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지도 않습니다. 누군가 미워하면 금새 사랑하는 일도 일어날 리 없습니다.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평범한 이들은 감정 조절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글을 쓸 때도 이러한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속상했지만 금방 마음이 풀어졌다"거나 "화를 냈지만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는 등 감정이 휙휙 바뀌는 것처럼 글을 씁니다. 중간에 무슨 계기가 있었다거나, 아니면 오랜 시간 숙고 끝에 잘못을 깨달았다는 등 실제로 일어난 현상과 시간을 그대로 담아주어야 오해가 없습니다. 


감정을 쓸 때는, 감정 단어로 직접 표현하며 설명하기보다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화가 났다'고 쓰지 말고, "욕을 하면서 문을 쾅 닫아버렸다'고 쓰는 편이 낫다는 뜻입니다. '화가 났다'고 쓰면, 바로 이어서 '화가 풀렸다'고 쓰는 것이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욕을 하면서 문을 쾅 닫아버렸다'고 쓰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계속 서술하게 되지요. 그래서 훨씬 실감나고 생동감 있는, 현실적인 글을 쓸 수 있는 겁니다.


목요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122명 예비 작가님들과 제 178회 "이은대 문장수업" 함께 했습니다. 설 연휴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글 공부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문장수업"에 꾸준히 참여하고 공부하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도 다섯 편의 글을 예시문으로 올려 실시간으로 수정/보완 하면서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감정 변화가 너무 빠르게 나타난 두 편의 글에 대해 집중 설명했는데요. 두 가지를 꼭 명심해야 합니다. 첫째, 감정은 감정 단어로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당시 상황과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는 점이고요. 둘째, 감정의 변화는 반드시 시간과 계기를 충분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글이나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작가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야 공감도 하고 응원도 하고 자기만의 생각도 정립할 수가 있겠지요. 물론,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것이 장면을 보여주는 것보다 쉽고 편리하긴 합니다. 허나,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가 편하고 수월하기 위함은 아니지요. 어렵고 힘들지만,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연습하고 훈련해야 하겠습니다. 


글쓰기는 고쳐쓰기입니다. 내 안에 있는 경험과 생각과 감정들을 마구 쏟아내는 것이 초고라면, 하나하나 다듬고 고치면서 독자가 더 쉽고 간결하고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성 쏟는 작업이 퇴고라 할 수 있습니다. 


문장수업은 '라이브 퇴고 쇼'라고 일컬어집니다. 꾸준히 참여하고 공부하면서, 우리 작가님들 글쓰기 실력 일취월장하기를 소망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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