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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Feb 15. 2024

내가 아는 것은 얼마나 초라한가

내 상처의 8할은 잘못된 생각 때문이었다


책을 읽을수록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저도 나름 꽤 많은 책을 읽었거든요. 그럼에도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니, 세상에는 배우고 공부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새삼 느끼는 것이죠. 


오래 전 대기업에 취직했을 때, 저는 제가 꽤 많이 아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했습니다. 일하면서 인정도 받고, 또 표창도 여러 차례 받으면서 그 착각은 점점 더 단단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나 정도 되는 실력으로 회사에서 쥐꼬리만한 월급만 받으며 살 수는 없다!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만큼 개인 사업을 한다면, 어디 가서 무얼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원래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용감한 법이지요. 그렇게 저는 차갑고 넓은 세상에 홀로 섰고, 불과 얼마 가지 못해 풀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감옥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형편없었지요. 배울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설령 배울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돈 한 푼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글 잘 쓰는 법을 익혀야 했으니, 유일한 방법은 독서분이었습니다 .


죽기살기로 읽었습니다. 교도소에도 도서관 있습니다. 제발로 걸어 나가 책 빌려오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도서목록표를 받아 신청서에 원하는 책을 적어 내면 다시 일주일 후에 그 책을 담당자가 가져다주는 겁니다. 한 사람당 5권으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함께 방을 쓰는 다른 사람들은 책을 전혀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으로 원하는 만큼 충분히 도서를 대출할 수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책을 읽었습니다. 그것도 목숨 걸고 읽었습니다. 책 내용을 다 이해하며 읽는 건지 그냥 막무가내로 글자만 읽는 건지 저 자신조차 모를 정도로 '밀어붙이는 독서'를 계속했습니다. 어쩜 그리 내 심정을 잘 표현했나 하는 책도 있었고, 미리 읽었더라면 감옥에까지 오는 일은 없었겠다 싶은 책도 많았고, 눈물 뚝뚝 흘리며 전율에 젖는 책도 많았습니다. 


그 많은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첫째, 나보다 훨씬 참혹한 경험을 한 사람들도 결국은 다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였지요. 그때 저는 결심합니다. 나도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해야겠다!


사람들은 웃었습니다. 조롱과 모멸, 비난이 폭주했습니다. 자기 일도 아닌데, 내가 뭘 도와달라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왜들 그리 눈에 쌍심지를 켜고 저한테 손가락질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제가 글 쓰고 작가 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난리였지요. 


당시 주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저를 말리지 못해 안달이었나 지금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할 일을 누군가 도전하겠다고 나서면 사람은 그냥 말리게 되어 있나 봅니다. 가수 하겠다 하면 그냥 공부나 하라고 하고요. 나가서 일하겠다 하면 그냥 살림이나 하라고 말하고요. 직장 그만두고 사업하겠다 하면 그냥 회사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합니다.


돌아보니 10년 지났습니다. 그 동안 많은 책을 읽었고, 글도 제법 많이 썼습니다. 제 인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해준 책도 있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 책도 많고, 늘 가지고 다니며 수십 번 반복해서 읽는 책도 몇 권 있습니다. 


제가 쓰는 모든 글은 저의 직접 경험과 책에서 비롯된 내용들입니다. 베껴쓴 적 없습니다. 인용한 적도 드뭅니다. 모두가 저의 것으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경험도 다양하고 책도 많이 읽었으니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던 겁니다.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적인 면에서 내가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잘난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회의를 느낍니다. 논리도 부족하고 지식도 얕고 통찰력이라곤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낮은 수준의 말과 글이 SNS에 넘쳐납니다. 


특히, 다른 사람을 비방하고 깎아내리고 험담하고 비난하는 말과 글을 접할 때면, 이것이 과연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히곤 합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고, 익명으로 막말을 던져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남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인간들이 멀쩡하게 내 주변에 살고 있다 생각하면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욕을 함부로 하고, 의사가 동료들 시켜 환자 마녀사냥을 하고, 정치한다는 양반들이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고, 돈과 성공을 팔아먹는 이들이 뼛속까지 거짓말을 하고. 지금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냉철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영부영 물 흘러가는 대로 인생 맡겨놓은 채 살다가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점은, 내가 잘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공부해야 할 것이 넘쳐나고, 익혀야 할 것들이 셀 수 없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지식과 철학과 가치관을 싹 다 품을 수는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내가 아는 바가 적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늘 겸손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알고 있는 바가 옳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확증 편향이라고도 하지요. 누군가를 향해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라고 말하곤 할 때, 객관적 팩트를 근거로 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방식을 잣대로 삼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판단'인 것이지 인생의 진리일 수는 없다는 소리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제가 겪은 상처의 8할은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늘 제게 아픔을 준 이들을 향해 험담을 하고 저주를 퍼붓곤 했지요.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책 읽고 공부하면서, 시간이 꽤 흐른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상처를 받은 이유는 그들 때문이 아니라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사고방식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제가 무슨 도 닦는 수행자는 아닙니다. 아직도 한 번씩 뒤통수 맞을 때면 욱하는 마음과 분노가 마음에 가득 차올라 견디기 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그 시간이 크게 줄었습니다. 나와 그들이 살아온 환경과 교육 정도와 상황과 경험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저는 분명 누군가 때문에 속이 터졌을 것이고 분을 참지 못해 씩씩거렸을 겁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가 기억조차 하지 못합니다. 타인이 내게 준 상처가 내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호흡히 거칠어지는 것은, 다만 '감정'이라는 '가짜 나의 모습'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죠.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혜안은 초라할 따름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나의 초라한 기준에 맞추기를 기대하거나 애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사람은 모두 각자의 길을 걸어갑니다. 나와 생각이 다릅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마땅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생각이 들었던 사람들조차 멀쩡하게 잘 살아갑니다. 그들 때문에 상처 받고 신경 쓰고 화를 내며 살아가는 나만 손해라는 얘기입니다. 내 삶에 집중해야 합니다. 나에게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을 뜯어고치려 애쓸 것이 아니라, 내가 반듯하게 살아가는 것에만 몰입해야 합니다.


삶이 좋아지면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작은 사람들'에 연연하지 않게 됩니다. 똥오줌도 못 가리는 어린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가는 어른은 없을 테지요. 계단을 올라 저 위로 올라가면 됩니다. 변화하고 성장해서 다른 세상으로 옮겨가면 생각의 차원도 달라집니다. 공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뭘 좀 알긴 하지만 모르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비로소 채울 수 있습니다. 낮은 곳으로 가야 물이 채워질 수 있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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