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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Mar 01. 2024

스토리텔링, 글쓰기 연습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매일 아웅다웅 부부싸움을 합니다.


문장을 위와 같이 쓰면 '설명'입니다. 설명 또는 해설은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나 배경 또는 상황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간결합니다. 글을 짧게 쓰면서도 필요한 내용을 전할 수 있습니다. 설명형 문장이 필요한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재미가 없지요. 딱딱합니다. 건조합니다. 독자가 푹 빠져들기가 힘듭니다. 


"제발 좀 밥 묵으라 한 번 말하믄 바로 좀 나오소! 온 식구들 기다리는데 뭐하는교?" 아침 식사 자리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어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거 참, 할 일이 있으면 좀 늦을 수도 있지." 아버지의 목소리는 어머니의 그것보다 작았다. 그러나, 결코 지지 않겠다는 듯 한 번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국 다 식었네. 그냥 드소! 늦게 나온 사람 탓이지 뭘." 아버지는 모른 척 국을 떠서 입에 넣고는 또 뒤에 말을 붙인다. "너무 뜨거우면 입 덴다. 좀 식은 게 맛있지."


불과 5분 정도에 불과한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그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기본이자 최고의 글쓰기 연습 방법입니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설명'하려 합니다. 글을 '머리로' 쓰려고 합니다. 쥐어짜는 것이죠. 그래서 글 쓰는 게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겁니다. 보고 듣고 경험한 일을 있는 그대로 옮겨적는다 생각하면 한결 수월합니다. 


어제 무엇을 했는가? 이 질문에 대답을 한 번 해 봅니다. 대부분 초보 작가들은 "어제 회사에 일이 많아서 늦게 퇴근했습니다." 정도로 정리합니다. 단순히 어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형식적인 답변으로는 충분하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호기심도 생기지 않고요. 


오후 5시에 팀장이 저를 불렀습니다. "퇴근 전에 이거 좀 처리해줘." 서류 한 뭉치를 제 앞에 툭 놓습니다. 퇴근시간에 업무를 주면서 퇴근 전에 다 하라니. 왜 매번 퇴근시간에 일을 주는 겁니까, 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팀장 잔소리가 두 시간은 이어질 것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내 자리로 돌아와 서류뭉치를 던지듯 내려놓고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늘 늦어. 아내는 퉁명하게 대답합니다. "뭐 오늘만 늦냐. 그냥 회사에서 살어."


목요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123명 예비 작가님들과 "이은대 문장수업" 진행했습니다. 대부분 설명하는 형태의 글을 씁니다. 이왕이면 스토리텔링으로 쓰는 것이 더 참하다는 사실을 실시간 수정 시연하면서 보여드렸습니다. 


설명형 문장보다 스토리텔링으로 쓰는 것이 훨씬 낫다! 라고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스토리텔링으로 수정한 문장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 있습니다. 사람은 오감의 동물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각과 청각의 위력이 크지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습니다.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확실합니다. 강의든 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쓴다'는 개념보다는 '일상을 보여준다, 생각을 보여준다'는 느낌으로 쓰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카페에서 친구랑 마주앉아 수다를 떠는 느낌이죠.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우리 시어머니가 뭐라고 말씀하셨나, 남편이 무슨 사고를 쳤는가, 회사에서 열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사는 게 글쓰기입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배우고 공부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이를 반복하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 쓸 수가 있습니다. 글쓰기 연습도 방법 제대로 알고 하면 효과가 다릅니다. 글쓰기 연습 방법은 그 종류가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많습니다. 하나씩 배우고 적용하면 글이 달라집니다. 자신의 글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고 느끼면, 그 때부터는 누가 말려도 쓰게 됩니다. 


다른 모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초부터 배우고 익히며, 매일 꾸준히 반복 연습하고, 차츰 나아지는 실력을 확인하고, 점점 높은 단계 기술과 요령을 습득하고...... 누구도 이 과정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시대 많은 이들이 "쉽고 빠른 비법"을 찾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꾸역꾸역!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입니다. 촐랑촐랑 덥석덥석 이리저리 왔다갔다 들썩들썩. 이렇게 살면 무엇 하나 성과를 내기도 힘들고, 시간 지나면 아쉬운 후회만 가득 남게 됩니다. 느리게, 천천히, 우직하게, 묵묵하게, 한 걸음씩. 그렇게 살아야 흔들리지 않는 성장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글 쓰지 말고 이야기하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삶을 보여주세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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