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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Mar 13. 2024

쫓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편안하게, 즐기면서, 행복하게, 그렇게 살아도 된다


글 쓰는 걸 좋아합니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도 없지 않습니다. 인생 최악의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글쓰기를 만났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지 않고 있으면 불안하기도 합니다. 큰 문제는 없습니다. 우선순위를 글쓰기에 두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나 환경이든 매일 쓸 수 있습니다. 


최근에 팔이 좀 아픈 증상이 생겼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릅니다. 좀 지나면 낫겠지 싶어 그냥 두었다가, 결국은 병원에 가서 진료까지 받게 되었지요. 신경에 무슨 이상이 생겼다 하며 경과를 지켜보자 하더군요. 그러다 시간이 더 흘렀고, 이제는 시술을 받을 정도까지 되었다고 합니다. 


어제 오전에 블로그 포스팅 두 편 발행하고는 종일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팔이 묵직하고 뻐근해서 좀 쉬어야겠다 생각했지요. 틈만 나면 키보드를 두드렸는데, 이렇게 대놓고 글을 쓰지 않으니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는 사실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는 순간 효과가 떨어집니다. 의미와 가치도 줄어들게 마련이고요.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기꺼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그 일을 할 수 있어야 사는 것도 누릴 수가 있습니다. 


한때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살았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았습니다. 가족도 팽개칠 만큼 일에만 빠져 살았습니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전혀 생각지 않고, 그저 돈돈돈 하면서 매일을 보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맞습니다. 저는 바닥까지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쫓기는 듯한 기분으로 살면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위로하면서 버티고 견디는 것뿐이죠. 심호흡 한 번 크게 하지 못한 채, 삶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주어진 하루의 몫을 해내며 질주하는 것이지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팔이 아프다는 건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인데, 가장 중요한 건강을 챙기지도 못한 채 글만 쓰면 그게 다 무슨 소용 있을까요. 좀 쉬는 게 마땅한데도 여전히 무엇에 쫓기는 듯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에 기분이 찝찝합니다. 


자고 일어나니 한결 낫습니다. 팔이 아프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서 저는,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노트북 앞에 앉습니다. 오랜 연인을 만나듯 하얀 종이를 마주합니다.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그렇지요. 이런 기분으로 써야 제맛이지요. 의무감으로 연인을 만난다면, 둘 사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만난다는 생각만으로도 흐뭇하고 기쁠 수 있어야 연인이라 할 수 있겠지요. 많은 초보 작가들이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대합니다. 의무감으로, 강박으로, 목적 달성을 위해, 그렇게 글을 쓰면 금방 지치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모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한다고, 많은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며 인생을 살아가지요. 마치 어떤 과정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사슬을 풀어낼 수 있는 노예와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은 선택입니다. 저도 다시 선택하려 합니다. 제가 이토록 좋아하는 글쓰기를, 강박이나 의무감으로 대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팔이 아프다는 사실만으로 짜증을 내고 스트레스 받았을 텐데, 이제는 아픈 경험을 통해 뭐라도 하나 배우고 건져올려야겠다는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이 또한 글쓰기 덕분이지요. 


심각한 병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조만간 병원 가서 시술 받고, 다시 좋은 마음으로 글을 쓰려 합니다. 쫓길 이유도 없고, 써야만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좋아서 씁니다. 쓰는 동안 기쁘고 행복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어제 종일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내가 이대로 글을 쓰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지금이,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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