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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Mar 16. 2024

다른 세상이길 바라지 않는다

내가 가는 길이 옳다는 신념


나와 타인 모두 더 나아지길 소망한다. 허나, 지금 내 삶이 아닌 다른 인생이길 바라지는 않는다. 고난 끝에 만난 삶이다. 욕망을 잠재우며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위안 삼는 게 아니라, 어찌 이토록 과분한 인생이 내게 온 것인가 매 순간 감탄하는 것이다.


그 한가운데 독서와 글쓰기가 있다. 나는, 내가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즐긴다는 말을 할 때마다 주변 시선이 곱지 않음을 느낀다. 국영수에 목숨 걸어야 할 판에 자꾸만 윤리와 도덕을 강조하는 고리타분한 선생이 된 기분이다. 


세상에는 여전히 나보다 훨씬 독서와 글쓰기를 가까이 하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새기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존경하고, 내가 사랑하는 길을 먼저 걸어가 준 데 대해 감사한다. 월천과 수익화라는 말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읽기와 쓰기라는 돛대를 꺾지 말기를.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그들을 향해 외치는 셈이다. 


힘들 때가 있다. 내가 정한 길이지만, 이왕이면 세상 사람들 응원 받으며 신나게 걸으면 더 좋지 않겠는가. 박수와 함성 받으며 레드카펫 딛고 나아가는 스타들처럼, 그런 삶에 대한 욕구가 영 없는 것도 아니라서 씁쓸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작가가 책을 냈는데,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목록을 차지하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독자들의 서평이 마구 올라올 때. 나는 극도의 무기력과 허탈함에 빠지고 만다. 책을 쓰는 이유가 내가 살아온 경험과 소박한 지식으로 타인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고, 지난 10년 동안 단 한 번의 꺾임도 없이 품고 살았건만. 돈 얘기와 부자 되는 방법들 앞에서 나의 신념은 보잘 것 없는 꼰대의 그것처럼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하면, 또 그것은 아니다. 잠시 생각을 바꾸어 돈과 부자를 소재로 글을 써 본 적도 없지 않다. 쓰는 내내 왠지 모를 짜증과 답답함에 괴로웠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을 부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게 만드는 것만 같아서 수치스러울 지경이었다.


다시 내 글을 쓴다. 돈벌이와 직결되는 글이 아니더라도, 베스트셀러가 아니더라도, 소수의 독자들만이라도 내 글을 읽고 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나는 그런 글을 쓰려 한다. 돈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의 생계와 평온한 삶을 위해 돈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왕이면 풍요로운 인생을 누리는 것도 나름의 권리라고 믿는다. 


다만, 무슨 돈에 환장한 사람처럼 돈돈돈 하고 싶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오래 전에 그렇게 살았다. 돈이 인생의 전부라고 믿었던 시절 있었다. 그 끝은 비참했다. 돈에 눈이 뒤집히면 인생을 보지 못한다. 내 존재 가치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추락은 끝이 없었다.


어쩌면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현실을 살지 못한 채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돈에 대한 욕망보다 어렵고 힘든 이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길 바라는 마음. 도저히 불가능한 꿈인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인가. 현실 부적응자의 개똥철학일 뿐인 것인가. 


오늘도 답을 내지 못한 채 고민을 접는다. 키보드에서 손을 내리려는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든다. 그래. 나는 글을 쓰는 동안 행복하다. 책을 읽는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온전히 빠져드는 순간이 기쁘다. 내가 가는 길이 옳다는 신념으로 글을 맺을 수 있어 다행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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