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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Mar 21. 2024

최악의 상황은 몇 번이나 일어났는가

명백한 팩트에 근거한 인생


인생 절반 넘게 살았습니다. 지난 세월 돌이켜봅니다. 꽤 많은 시간을 걱정하고 근심하며 살았다는 사실에 안타깝고, 후회도 많이 합니다. 걱정은 왜 그리도 많이 했을까요.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쩌나. 사람의 심리가 좋은 쪽보다는 안 좋은 방향으로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확률을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50년 넘는 제 삶에서 최악의 상황은 몇 번이나 발생했을까요? 사업 실패하고 전과자 파산자가 되었던 기억.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겠지만, 생각 나는 게 하나뿐이라는 말은 실제로 제 인생에 영향을 미친 사건도 그 하나뿐이라는 뜻일 테지요.


걱정은 수도 없이 많이 했는데, 최악의 상황은 고작 한 번뿐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걱정하고 근심했던 모든 일들은 어떻게 된 걸까요? 네, 맞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제가 우려한 만큼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반평생 살면서 상당한 시간을 벌어지지도 않을 일에 대해 걱정하고 근심하느라 시간 낭비했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화가 날 지경입니다.


우리가 무슨 도 통한 성인군자처럼 완벽한 마음의 평화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개인의 입장에서 봐도 요즘 사람들 걱정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 책쓰기, 강연, 독서, 회복탄력성, 인간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상담을 하고 있는데요.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다 다르지만, 모든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잘 안 되면 어쩌나요."


자신도 모르게 걱정하는 마음이 거듭될 때는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게 걱정 된다면, 결과가 좋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죠. 또 한 가지는, 자신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기대를 내려놓는 겁니다. 이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잘 못 쓰면 어떻게 하나. 당연히 공부를 해야지요. 요령 있게 쓰는 법을 익히고, 매일 꾸준히 연습을 하고, 배운 내용을 적용하여 조금씩 나아지도록 훈련하는 데 몰입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한 후에는, 지금 내 수준에서 부끄럽지 않을 만큼 노력했으니 이제 그만 내려놓자 마음을 비우는 것이죠.


제가 권하는 두 가지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자신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외에 다른 특별한 방법이 또 있나요? 지난 8년 동안 매일 글 쓰고 책 읽으면서 걱정 근심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했지만, 저는 이 두 가지보다 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노력은 게을리하면서 결과에 대해 걱정만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것도 도둑놈 심보지요. 스토아 학파의 기본 철학을 떠올려 봅니다. 세상에는 딱 두 가지 일밖에 없습니다. 내 힘으로 통제 가능한 일,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하고 나면, 내가 걱정하는 상당 부분의 일들이 통제 불가한 영역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걱정과 근심을 많이 하면서 살았다는 점도 반성하고 후회하지만, 그보다 더 큰 아쉬움도 있습니다. 걱정과 근심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걱정을 하느라 정작 제가 해야 할 일들에 몰입하지 못한 채 부정적인 마음으로 괴로워하기만 했으니 저와 저 자신의 인생에 미안한 마음 가득합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은 일종의 신호입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됐으니, 더 많은 연습과 훈련을 하라는 신호! 그러니까, 괜한 걱정으로 심란해하지 말고, 벌떡 일어나 팔을 걷어붙이고 연습을 하는 게 지혜롭고 현명한 태도입니다.


땀 흘리는 사람은 걱정이나 근심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은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 보는 사람들이 심란해합니다. 태능 선수촌에서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호각 소리 가운에 땀 뻘뻘 흘리며 운동하고 연습하는 사람들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그들 중 '금메달 못 따면 어쩌나' 걱정하며 앉아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 따위 할 겨를도 없이 훈련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걱정으로 보낸 세월 때문에 저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합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그때의 저에게 가서 간절한 심정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걱정 만큼 쓸데없는 감정도 없다, 이러고 있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연습을 해라, 그런 다음 최종 결과에 대해서는 하늘에 맡긴다는 심정으로 내려놓고 받아들여라, 그렇게만 하면 인생은 날이 갈수록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 라고 말이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과거 저를 만날 수가 없으니, 지금을 살아가는 그 시절의 저와 비슷한 이들에게 대신 전하고자 합니다. 걱정은 허상입니다. 걱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잡생각입니다. 걱정도 습관입니다. 최악의 습관입니다. 당장 움직여야 한다는 신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걱정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실수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사람은 팩트를 점검합니다. 걱정하고 근심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 적이 몇 번이나 되는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야말로 명백한 근거입니다. 증거가 확실한데도 여전히 걱정만 하고 있는 사람은 쓸데없는 똥고집에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죠.


"일하자!"

걱정과 근심이 스물스물 올라올 때마다 저 자신에게 외친 주문입니다. 마음에 걱정이 깃든다는 말은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거나 게을리하고 있다는 뜻이었거든요. 몸을 움직이고 연습하고 훈련하며 땀 흘리면 걱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퇴역군인들이 심각한 트라우마 겪으며 일상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최고의 처방이 바로 '작업 요법'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하루를 바쁘게 살도록 만든 것이지요. 꽤 많은 군인이 효과를 보았으며 치유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습관적으로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한 번 해 보세요. 걱정과 근심이 생길 때마다, "와우! 내가 걱정할 시간도 다 있고! 요즘 내가 아주 널널하게 지내고 있구나!"라고 외치는 것이죠. 썩 유쾌한 말은 아니지만, 정신은 번쩍 들 겁니다. 그런 다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양손을 허리춤에 갖다 대는 겁니다. 가슴을 펴고 45도 위를 바라보면서 소리를 꽥 지릅니다. 이제, 연습하고 훈련하고 일하면 됩니다.


걱정하고 근심하는 습관을 "좋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나쁜 습관임을 안다면 즉시 고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인생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는 것이죠.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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