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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Mar 20. 2024

완벽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인자하고 능력 있는 부모 아래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랐다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고생이라곤 해 본 적도 없고,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척척 이루어지고, 돈이든 사람이든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인생. 한 번씩 이런 상상을 하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그런 인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꽃길만 걷는 삶이겠지요. 한 가지 가정을 또 해 봅니다. 만약, 제가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다면, 언젠가 한 번이라도 고난이나 역경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고 말이죠. 


모르긴 해도 단박에 고꾸라질 게 틀림 없습니다. 갈등을 이겨낸 경험도 없고, 시련이나 고통을 참아낸 경험도 없고, 분노와 한을 품은 적도 없으며, 괴로움이나 외로움을 겪은 적도 없는, 연약한 꽃잎 같은 인생. 어쩌다 바람 한 번만 불면 휙 하고 날려 쓰러지거나 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약해빠진 인생. 


네, 맞습니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사는 사람은 당장은 번지르르하게 보일지 몰라도 힘들고 괴로운 일 생기면 바로 쓰러지고 말 겁니다. 다시 일어서는 힘조차 없을 테지요. 경험이 있어야 요령도 알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으니 자빠져서도 엄마 찾을 게 뻔합니다.


제법 잘나간다는 사람들 만난 적 많습니다. 돈도 많고 권력도 있고 따르는 사람도 많은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데요. 10분만 대화를 나눠 보면, 그들의 내면이 얼마나 약하고 위태로운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내겠다는 강인한 의지 따위 찾아 볼 수 없고, 자신의 안전하고 튼튼한 삶이 언제까지나 계속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에 기고만장할 뿐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의 인생도 수평선인 경우는 없습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고, 추락할 때가 있으면 날아오를 때도 있는 법이지요. 올라갈 때는 겸손할 줄 알아야 하고, 내려갈 때는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그렇게 점점 단단해지고 강인해지며 유연해지는 것이 곧 인생이지요.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43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수업 130기, 3주차" 함께 했습니다. 글쓰기는 '해석'하는 힘이란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어떤 가치로 해석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의 본질이자 힘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수업에 참여하는 우리 작가님들은 다들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품고 살아갑니다. 매일 매 순간 흔들리고 고뇌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속으로는 나름의 문제와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요. 


글쓰기가 그들에게 좋은 도구가 되길 바랍니다. 아픔을 해석하여 아픈 사람 도와주고, 상처를 치유하여 상처 입은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우리는 그런 글을 써야 합니다. 자기 고통에 매몰되어 허덕이는 삶에서 벗어나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이언트 작가님들 되길 기원합니다. 


우리는 강하고 멋진 존재이기도 하지만, 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온갖 종류의 글을 다 쓸 수가 있는 것이죠. 근사한 삶에 관한 이야기도 쓸 수 있지만, 속상하고 화가 난다는 글을 써도 무방하다는 뜻입니다. 작가와 독자 모두 똑같은 사람이니까요.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글이 훨씬 더 진실하고 멋지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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