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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Mar 22. 2024

미치지 말고 내려놓기, 그리고 용기

내 힘으로 어쩔 수 있는 일인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미치겠네 진짜!"

"너무 힘들어서 미쳐버릴 것 같아!"

"미치고 환장하겠네!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미치겠다!"는 말을 쉴 새 없이 듣게 됩니다. 말은 습관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미쳐버릴 것만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오죽하면 멀쩡한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다는 말을 이토록 쉽게 많이 할까 그 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미치겠다는 말 앞에는 나름의 노력이 전제 되어 있습니다. 아무것도 시도하거나 애쓰지 않았는데 미치겠다는 말이 튀어나올 리 없지요. 기대한 만큼의 결과, 노력한 만큼의 보상, 원하는 대로 흘러가길 바라는 인생. 이러한 것들이 뜻대로 되질 않으니까 미쳐버리겠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내가 감옥에 가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사업에 실패했다고? 내가? 말도 안 돼!"

"K가 배신을 했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한 일 셀 수가 없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어떻게 이리도 허무하게 무너져내리는가. 신이 곁에 있다면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분노, 원한, 질투, 시샘, 좌절, 절망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저의 노력과 분노와는 상관없이, 결국은 감옥에까지 가게 되었지요. 울기도 많이 울었고, 세상과 타인을 향해 욕설도 마구 퍼부었습니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비통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은 상황이었지요. 죽기로 작정하고 목을 매달기도 했습니다. 제게 일어난 모든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겁니다. 


퀴퀴한 방에서, 열 명의 재소자가 한숨만 내뿜으며 앉아 있는 그 곳에서, 저는 누군가의 강제에 의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는 내가 아무리 발악을 해도 어쩌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틀렸습니다. 나한테 그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사업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틀렸습니다. 누구나 실패합니다. 간 쓸개 다 빼준 사람이 배신을 했을 때, 처참한 심정이 들었지요. 틀렸습니다. 사람은 원래 배신합니다. 배신하고 안 하고는 그의 마음입니다.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나씩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질문은 단순했지요.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가. 아니면,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인가. 먼저,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들에 대해 수긍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감옥에 들어와 있는데, 현실을 부정하는 게 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저 자신을 설득한 것이지요.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제 마음이 제법 편안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할 때는 밤에 잠도 안 오고 입맛도 없고 혈압만 올랐습니다. 하나씩 내려놓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니까 슬슬 웃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밤에 잠을 잘 자니까 컨디션도 좋아졌고, 기분 좋으니 식성도 좋아져서 감옥에서 주는 밥 꼬박꼬박 잘 챙겨먹었습니다. 심기가 튼실하니 글 쓰고 책 읽는 데에 집중할 수도 있었고요. 


어느 정도 내려놓은 후에는,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헛된 꿈이나 망상 같은 거 말고, 내 힘으로 통제 가능한 영역을 찾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할까? 내가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또 망하는 것 아닐까? 남들이 뭐라고 할까? 내게 작가가 될 자격이 있을까? 누가 내 책을 읽어주기나 할까? 글 쓰고 책 내고 강의하는 것이 내 삶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네, 맞습니다. 제게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 절망과 좌절을 딛고 다시 삶으로 돌아갈 용기! 간절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살아갈 용기를 구할 수 있을까. 책 읽고 기도까지 하면서 용기를 찾았습니다. 시간이 한참이나 흐른 후에 제 삶을 돌아보았는데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가 용기를 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용기는 언제 어떻게 가지게 되는 걸까요? 네, 그렇습니다. 그 일을 시작하고 계속할 때입니다. 용기부터 갖고 도전을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일단 그 일을 시작하면 용기가 생기는 겁니다. 저처럼 용기 찾겠다고 여기저기 해메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용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감정이 아니라, 내 안에서 생겨나는 겁니다. 목표 정하고 시작하고 계속하면, 먼저 행동으로 옮기면, 용기는 저절로 움트는 것이지요. 


불행하기만 했던 제 삶이 지금에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마음 덕분입니다. 첫째.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고 내려놓기. 둘째,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일에 도전하고 그것을 지속하는 용기. 


완전한 건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부족하고 모자라고 유약한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지요. 꽤 오랜 시간 노력했지만, 저 또한 아직도 내려놓지 못할 때 많고요.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아 망설이고 주자할 때도 없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내 삶의 주인이 '나'란 사실을 스스로에게 강조합니다. 항로를 이탈할 때마다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그것이 삶이지요. 


속상하고 화 나고 분하고 원통해서 미쳐버리겠다는 사람 많은데요. 어떠한 경우에도 미치지 마세요. 세상에는 내가 어쩔 수 있는 일도 있고 그러지 못하는 일도 있게 마련입니다. 모조리 다 뜻대로 움직일 수 있으면 그게 신이지 사람이겠습니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은 과감히 내려놓아야 하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시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안 되고는 내 힘으로 통제 불가한 영역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한 꼭지를 정성껏 쓰는 것이지요.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소홀히 하면서, 결과만 잘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 많고 이기적인 태도입니다.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날이 좋을 때도 있겠지만 폭풍이 몰아칠 때도 있을 겁니다. 날씨는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람의 방향 대로 돛을 펼치는 것이고요. 풍랑에 휩쓸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배를 조종하는 일입니다. 선실에서 몸을 웅크인 채 미쳐버리겠다 백날 투덜거려 봐야 바다를 이길 재간은 없지 않겠습니까. 


차분하게 앉아 생각해 봅니다. 지금 이 문제가 나의 통제 영역 안에 해당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어쩌지 못하는 일인가. 글 쓰고 책 읽으면서 이를 분간하는 지헤부터 쌓아야 하고요. 그런 다음에는, 과감하게 내려놓거나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용기를 갖거나 선택하면 됩니다. 자신을 위태롭게 만드는 걱정이나 근심 또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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